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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전 세계는 중국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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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을 공식 선언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전 세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코로나19의 근원지로 알려진 중국과 인접한 한국은 여전히 코로나에 시달리고 있다.

25일 기준 전 세계에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8만 1218명, 한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9037명이다. 비록 단순히 확진자 수로만 계산한다면, 한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중국의 9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구 대비 누적 확진자 수로 계산해 본다면, 그 비율은 매우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과 중국은 모두 신규 확진자의 증가 추세가 꺾인 상태다. 대규모 확진이 발생한 나라 중 신규확진자의 증가 추세가 꺾인 나라는 단 두 곳, 한국과 중국뿐이다.

최근 들어 중국 내 코로나19는 조금씩 진정되면서 코로나19의 온상인 후베이성의 봉쇄가 조만간 해제될 기미가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해외 역유입으로 인한 신규 확진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여전히 누적 확진자 수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특히 발원지인 중국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중국 사죄론'이 대두되면서 국제사회 내에서의 중국의 입지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코로나19의 발생, 확산, 진정의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조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또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사죄론'에 대해 중국은 어떠한 입장을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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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0일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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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에 대해 중국의 책임이 있으므로 중국이 전 세계를 향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중국 사죄론'과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인민이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으니 전 세계가 중국에 감사해야 한다'는 '감사 중국론'이 대두하고 있다.

지난 20일 CCTV의 유명 앵커 추멍황(邱孟煌)이 웨이보에 "우리(중국)는 사과의 마음을 담은 부드러운 말투로 주눅들 것도 그렇다고 우쭐거릴 것도 없이 마스크를 끼고 전 세계를 향해 절을 하고 '미안합니다. 폐를 끼쳤습니다'라고 말해야 되지 않나?" 라는 글을 올리며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대해 중국이 사과 할 것을 제안했다.

이같은 추멍황의 제안에 중국 네티즌은 수많은 비난을 퍼부었다. 그리고 현재는 오히려 중국이 미국의 사과를 받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한 상황이 되었다.

또한 우연인지 혹은 필연인지, 추멍환을 비판한 중국 네티즌의 주장은 중국 정부의 논조와 결을 같이 한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코로나19의 발원지와 관련하여 "현재 바이러스 발원지를 찾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수차례 코로나19가 세계적 현상이며 발원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자오의 발언은 '우한폐렴'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중국 정부의 기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 스스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위챗(wechat) 계정 황성칸진룽(黃生看金融)은 '떳떳하게, 전 세계는 중국에게 감사해야만 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미국이 중국에 우한폐렴의 누명을 씌웠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에게 사과해야 하고, 코로나를 막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룬 중국에 대해 전 세계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특히 24일 유럽의 북한이라고 불리는 벨라루스의 대통령 루카셴코와 주벨라루스 중국대사 추이치밍이 만난 자리에서 벨라루스 대통령이 중국 측 코로나19 대응방식의 공유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는 소식은 뜨겁게 달궈진 '감사 중국론'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 인민 모두가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벨라루스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빠른 속도로 중국내에 퍼졌고, 이탈리아, 일본 등의 여러 국가가 연이어 중국의 도움에 감사를 표하였다는 소식 역시 벨라루스의 뒤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한국이 여전히 코로나19의 그림자 아래에 있다는 현실에서 볼 때, 중국의 코로나 사정이 호전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리고 중국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변국은 물론 아프리카 국가에까지 대응‧지원하고 있다는 점은 박수 받을 만하다.

그러나 중국의 초기대응 부실로 인해 코로나가 전 세계에 확산되었으며 팬더믹이 선언되기까지 중국이 많은 실수와 잘못을 했다는 점에서, 중국은 전 세계를 향해 진정한 마음을 담아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만 '감사 중국론'이 전 세계에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가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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