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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1차 경영권 방어 성공한 조원태…이젠 '장기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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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연합 지분매수·임시주총 등 공세 수위 이어갈 듯

"조원태, 코로나19 위기 속 경영능력 입증해야"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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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유제훈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이 걸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조원태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났지만 재계 서열 13위인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 국면에 들어섰다. 재계에서는 최근 지분을 끌어모은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3자연합)이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조 회장은 향후에도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경영 능력을 대내ㆍ외에 입증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구성된 3자연합은 최근 한진칼 주식을 지속 매입, 지분율을 42.13%까지 확대했다. 우호 지분인 소액주주연합(1.5%)을 포함하면 드러난 지분율은 43.63%으로, 조 회장이 확보한 지분 및 우호 지분(42.39%)을 1.24%포인트 차로 앞선다.


재계 안팎에선 3자연합이 이처럼 '장기전' 태세를 갖춘 만큼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 3자연합은 지속적으로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고, 한진그룹은 수성전을 이어가는 시나리오다. 예컨대 3자연합이 이사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직 해임안을 관철시키거나, 조 회장이 확고한 지분 우위를 구축할 방법이 마땅찮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 지주사 지분율을 단 0.2%만 보유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도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수 년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는데, 하물며 40%를 보유한 3자연합이 금세 포기하겠느냐"면서 "애초에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지분을 매입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3자연합 측은 이사회 장악을 위해 임시 주총 소집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상법 제366조에 따르면 발행 주식 총수의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이사회에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3자연합은 이와 동시에 지분 매입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탄'도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다. 현금성 자산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반도건설이 배경이다.


한진칼 이사회 역시 3자연합 측의 임시 주총 요구를 마냥 거부할 수는 없는 처지다. 상법 해당 조항에선 이사회가 소집을 거부한 경우 법원 허가를 거쳐 총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경우 주총의 의장은 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할 수 있다. 지분율이 비등한 상황에서 주총 의장직을 빼앗기는 것은 한진그룹으로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한진칼도 반격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칼은 앞서 3자연합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면서 금융감독원에 조사 및 지분 매각 명령을 요청한 상태다.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3자연합 측은 중ㆍ장기적으로 보유 지분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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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 역시 또 다른 백기사를 구하거나 상황을 반전시킬 묘수(妙手)를 찾아야 한다. 27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문제가 남아 있는 가운데, 대표적 우군이던 델타항공도 기업결합 등의 문제로 지분 확대를 14.90%에서 멈춘 상황이어서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조 회장의 우군이 돼 줄 글로벌 항공산업 전체가 침체일로인 상태다.


업계에선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조 회장이 '경영 능력'을 확고히 입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최악의 경영 환경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기관 및 소액주주 등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조 회장이 공언한 유휴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경영 합리화를 통한 손실 최소화 등이 꼽힌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으로선 한진과 3자연합 측의 이런 교착 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면서 "조 회장이 장기전에서도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선 경영 능력을 대내외에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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