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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조원태 경영권 방어 성공...11월쯤 '2차 전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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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주총에서 조현아 측에 완승

조현아 측 지분 42%로 늘려 분쟁 2라운드 준비

항공업 위기에 분쟁 장기화 비판 여론도

27일 열린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반(反)조원태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에 완승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자신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통과된 것은 물론이고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사내·외이사 후보들도 전원 선임됐다. 반면 반조원태 연합이 추천한 사내·외이사 후보들은 단 한 사람도 선임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면서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1라운드가 끝났을 뿐 이제 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는 조 회장이 승리했지만 반조원태 연합이 장기전을 대비하면서 지분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거나 내년 주총에서 또 다시 표 대결을 할 수도 있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사 선임 스코어 ‘7:0’

이날 주총에선 시작부터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양측이 대주주·소액주주들로부터 받은 위임장 진위 여부, 위임장 중복 투표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느라 당초 오전 9시 시작할 예정이었던 주총은 3시간여 지난 낮 12시쯤에야 개회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위임장에 찬성과 반대를 표시하기 때문에 위임장 확인은 곧 개표 작업과 마찬가지였다”면서 “단 한 표도 양보할 수 없어 양측이 꼼꼼하게 위임장을 검토하느라 주총 개회 시간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주총 이전까지 조 회장 측은 국민연금을 더해 40.16%를, 반조원태 연합은 28.78%를 확보한 상태였고 주총 출석률은 의결권을 위임한 주식을 포함해 84.93%였다.

최대 관심사였던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은 찬성 56.67%, 반대 43.27%로 통과됐다. 또한 한진칼이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하은용 한진칼 부사장도 선임됐다. 그러나 반조원태 연합 측 사내이사 후보인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선임되지 못했다. 김 전 부회장의 경우 국민연금으로부터 찬성표를 받았지만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부결됐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인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도 선임되지 못했다.

사외이사 선임에서도 한진칼 측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박영석 서강대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 최윤희 건국대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가 모두 선임된 반면 반조원태 연합은 1명도 선임되지 못했다. 주총 결과에 따라 한진칼 이사회는 임기가 남은 기존 사내·외이사 4명을 합해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경영권 분쟁 2라운드 시작

비록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이 이겼지만 경영권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반조원태 연합은 지난해 주주명부폐쇄일(2019년 12월26일) 이후 지분을 대거 사들여 현재 42.13%까지 지분을 끌어올린 상태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소액주주모임 등 숨은 우호지분을 합하면 이미 45%를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조 회장 측도 델타항공이 지분을 14.9%까지 늘리는 등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확보한 지분은 41.48%(국민연금 제외)로 추산돼 반조원태 연합에 역전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반조원태 연합이 곧바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러면 법원에서 허가를 받는 데 최소 3개월, 주주명부폐쇄 후 임시 주총을 소집하는 절차에 최소 3개월이 걸려 올해 11월에 또 다시 표 대결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다만 반조원태 연합은 한진칼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최소 12명의 사내·외이사를 선임시켜야 한다. 업계에선 “이 경우 이사진이 최소 23명에 달하는 ‘봉숭아 학당’식 이사회가 구성돼 의사 결정 효율성이 심각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대한항공이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 장기화에 대한 부정 여론이 확산하는 것도 반조원태 연합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쟁이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무직인 조 전 부사장의 경우 상속세도 내야하고 생활비도 마련해야 하는데 지분을 팔지 않고 1년 가량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나서서 조 전 부사장과 타협을 하는 선에서 분쟁이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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