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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코스닥 감사선임 41%가 부결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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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칼 주총 ◆

매일경제

감사 선임 대란이 현실화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 부결 건수와 비율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코스닥은 올해 감사를 선임해야 하는 회사 10곳 중 4곳에서 감사 선임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3%룰로 인해 의결정족수 확보에 실패한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가 극히 저조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날까지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한 12월 결산 상장사는 코스피 54곳, 코스닥 200곳으로 집계됐다. 254개사의 감사 선임이 무산된 건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엔 코스피 28곳, 코스닥 125곳 등 총 153개 상장사가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석이 저조한 코스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감사 선임에 실패한 200곳은 이날까지 감사 선임 안건을 주총에 올린 485개사의 41%다. OCI 계열 이테크건설이나 SKC솔믹스 등 코스닥에 상장된 대기업들까지 감사 선임에 실패할 정도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진단키트 회사 랩지노믹스도 감사를 선임하지 못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외면으로 의결정족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상법에 따르면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새로 선임할 때까지 기존 감사가 직무를 수행한다.

감사 선임 대란의 원인은 섀도보팅 폐지와 3%룰 때문이다. 상법상 주주총회 결의 요건은 발행 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찬성과 출석 주식 수 과반수 찬성이다.

최소 발행 주식 25%에 해당하는 주주가 주총에 참석해야 한다. 그런데 2017년 말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결의 요건 충족이 엄격해졌다. 섀도보팅은 의사 표시 없는 의결권에 대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석 주식 수 찬반 비율에 따라 중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회사에서 소액주주 지분을 끌어모을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감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은 발행 주식 수의 최대 3%로 제한된다. 안건 통과를 위해선 발행 주식 수 3%까지만 인정되는 대주주 지분에다 소액주주 지분으로 의결정족수를 확보해야 한다. 대주주가 25% 이상 주식을 갖고 있어도 발행 주식 3%까지만 의결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22% 이상의 다른 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코스닥 상장사 디에이치피코리아의 경우 대주주 삼천당제약이 지분 38.38%를 소유했지만 소액주주들의 주총 외면으로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제도뿐 아니라 코로나19도 감사 선임 대란 요인 중 하나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주들이 주총 참석을 기피할 뿐 아니라 의결권을 받기도 힘들어졌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무관심은 의결정족수 확보 실패로 이어진다"며 "최근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의결권을 받기 위해 주주 집을 방문해도 문전박대당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주주명부엔 주주 이름과 주소밖에 없어서 의결권을 받기 위해선 집을 찾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전자투표나 주총일 분산,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도 주총에 관심 없는 주주들에겐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상장기업들은 감사 선임 부결 사태 해결 방법으로 법률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현행 상법상 상장회사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발행 주식이 아닌 출석 주식 수 기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며 "감사 등 선임 시 3% 초과 의결권 제한 규정 폐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스닥협회 측도 "회사가 의결권 행사를 독려해도 주주의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는 발행 주식 4분의 1 이상 찬성을 요구하고 있는 현행 상법의 결의 요건을 갖추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전자투표 등 주주친화적 제도가 갖춰져 있음에도 주주가 의사 표현을 하지 않는 부분까지 회사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상장회사협의회는 4월 국회의원 선거 이후 새 국회가 열리면 3%룰 폐지 등 주총 결의 방법 개선을 국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당별 신임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면담과 정무위·법사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 대상 간담회도 추진할 예정이다.

■ <용어 설명>

▷3%룰 : 상장사가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요 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일컫는다.

[ 정승환 기자 / 김규식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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