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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서울 해외감염 환자 절반이 여기에... 강남3구 ‘유학생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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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휴교령에 유턴 급증... 서초구는 증상 유무 상관없이 입국자 전원 검사
한국일보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주민들이 검진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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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청. 한 손에 비행기표를 든 주민들이 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속속 찾아왔다. 입국 이력을 입증해 해외 입국자를 상대로 진행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료 검사를 받기 위한 행렬이다. 서초구는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3월 13일 이후 입국자는 검사를 받으라는 긴급재난메시지를 주민들에게 계속 뿌리고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서울 본가로 들어온 유학생들이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거리를 활보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며 “입국 당시 무증상으로 입국검역을 통과한 주민들의 확진 사례가 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날까지 8명의 해외 유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인접 강남구도 입국 주민들을 상대로 검사를 벌이며 유학생발 집단감염 방지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유럽 학교들의 개학일을 장담할 수 없고, 유학생들의 국내 유입이 가속화 하고 있는 탓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해외 고등교육기관에 적을 둔 한국인 유학생은 21만여명으로, 이 중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유럽과 북미가 각각 3만6,539명, 7만1,108명에 달한다.

서울의 대표적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 3구의 26~27일 확진 환자는 총 17명. 같은 기간 서울 25개구 전체의 해외 감염 환자(32명) 절반(53%) 이상이 이곳에서 발생했다. 특히 강남구는 이날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해외 확진자를 보유한 구가 됐다. 여기에는 해외에 유학생을 보내놓고 있거나 해외 사업을 하는 주민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배경으로 분석된다. 대치동에 사는 정모(24)씨는 “미국에서 최근 휴교령이 떨어지면서 살던 집을 단기임대로 내놓고 귀국하는 유학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귀국이 늘면서 유학생들이 많은 서울 강남 일대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지침이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는 탓이다. 송파구 잠실동 주민 송모(36)씨는 “자가격리 지침을 어겼는데 나중에 확진 판정이 나온 유학생이 바로 옆 동네에 있었다”며 “모국으로 들어오는 것까지 막을 수 없지만, 온 국민이 전시수준으로 총력전을 펼쳐 만든 ‘코로나 청정국’을 휘젓고 다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지난 25일 확진 판정을 받은 강남구 거주 미국 유학생 A씨가 코로나19 증상이 있는데도 자가격리하지 않고 그의 어머니와 제주를 여행, 피해를 줬다며 이날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입국 확진자는 증가일로에 있다. 24일 5명에서, 25일 8명, 26일 12명을 기록한 데 이어 27일에는 전날 대비 두 배 가까운 2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에서만 모두 96명으로, 수도권 최대 집단감염지던 구로 콜센터(96명) 환자를 넘기는 건 시간문제다.

서울을 제외하더라도 유학생과 함께 해외에 사업장을 가진 주민이 많은 경기ㆍ인천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경기에선 119명의 확진자 중 42명이, 인천에선 12명의 확진자 중 11명이 해외 접촉 관련 환자였다. 해외 유입 전국 확진자는 309명으로, 이중 144명만 입국과정서 확진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165명은 귀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자가격리가 지켜지도록 보다 강력한 대책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각 지자체는 해외 입국자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면서도, 언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해외발 확진자 폭증 사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기존 서초구 인재개발원 외 추가로 수유영어마을을 해외 입국자의 임시생활시설로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수원시는 권선구에 위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을 무증상 해외 입국자의 임시생활시설로 활용하기로 했다. 인천은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유럽과 미국, 캐나다에서 입국한 주민을 상대로 무료 검사를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자가격리자 모니터링을 위해 3,000명을 투입했다”며 “해외 입국자 중 자가격리 조처를 지키지 않을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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