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9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양승태 의혹' 연루 증언에, 이수진 "난 상고법원 반대" 반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수진 "난 상고법원 반대한다는 입장 전해"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인사 13호인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발표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입당원서를 전달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이수진(51) 전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됐다는 법정증언이 나왔다. 이 전 판사는 자신을 양승태 대법원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라 주장해왔다.



"이수진에게 다리 놔달라 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에서 열린 양승태(72)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 이규진(58)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법정에서 "2015년 4월 이수진 대법원 연구관에게 상고법원 추진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데 서기호 당시 의원과의 다리를 좀 놔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했다"며 양 전 대법원장 등을 기소한 상태다.

정의당 소속이던 서기호(50) 당시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추진 과제였던 상고법원을 반대했다. 이수진 전 판사와는 가까운 사이였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날 재판에서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법사위원인) 서기호, 서영교 의원을 접촉하라는 말씀이 있으셨던 거 같다"며 서 의원과 식사자리를 가졌다고 증언했다. 이 자리엔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었던 이수진 전 판사도 참석했다.

중앙일보

법관사찰과 재판개입 등 양승태 사법부 시절 여러 의혹에 연루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018년 8월 2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규진이 이수진에게 보낸 이메일



공판 검사는 재판에서 이 전 상임위원에게 "서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상고법원이 필요하다고 설득을 하신 게 맞냐"고 물었고 이 전 상임위원은 "맞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선 이 전 상임위원이 서 전 의원과 식사를 한 뒤 이 전 판사에게 이메일로 '서기호 의원대담.hwp'을 송부하고 "누락된 부분이 있을 테니 그냥 지적만 해달라. 파일은 읽어보신 후 삭제 부탁한다"고 보낸 사실도 공개됐다. 하지만 이 전 판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이 전 상임위원의 부탁으로 밥자리는 잡았지만, 이 전 상임위원이 밥을 먹다 화장실에 간 사이에 서기호 전 의원에게 '나는 상고법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고 반박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지난해 1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돼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참여연대와 정의당의 탄핵 법관 명단에 오르는 등 양승태 대법원 의혹의 핵심 피고인이기도 하다. 그런 이 전 상임위원이 이 전 판사와 함께 박근혜 정부에서 양승태 대법원의 '상고법원 로비'를 했다고 증언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전 판사는 "로비가 아니라 서 전 의원과 함께 간단히 식사를 하는 정도에 불과한 자리"라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서 전 의원은 이 전 상임위원, 이 전 판사와 함께한 자리에서도 상고법원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전 판사가 이날 어떤 말을 했는지는 법정에선 공개되지 않았다.

중앙일보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 후보자등록이 시작된 26일 오전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가 동작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수진 "난 양승태 대법원의 피해자"



이 전 상임위원의 증언은 이 전 판사가 자신을 '양승태 대법원의 피해자'라 주장하며 여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기록에는 이 전 상임위원이 이 전 판사에 대해 "우리에게 해를 끼칠 사람이 아니다"고 평가한 부분도 나온다. 반면 이 전 판사는 자신이 양승태 대법원에 저항하다 인사불이익을 받고 지방으로 좌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판사와 함께 민주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이탄희(42) 전 판사도 양승태 대법원 관련 검찰 조사에서 2017년 3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모임인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의 학술대회를 준비하던 이수진 전 판사의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탄희 전 판사는 "이수진 부장으로부터 '행정처 높은 분에게서 나에게 전화가 왔다. 나보고 연구회에 전달해 달라는 취지 같다. 행정처에서 인사모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학술대회를 안 했으면 한다. 일단 그 정도만 알라'는 말을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탄희 전 판사가 준비하던 국제인권법 학술대회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있다. 이수진 전 판사가 이 문제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현재 민주당 소속으로 동작을에 공천을 받아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 전 판사는 이와 관련한 일부 언론의 의혹 제기에도 "양승태 전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검찰에 알리고 언론에 증언했다"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