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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르포] 코로나 취약계층⓶ 마스크 사각지대 암환자들 "목숨걸고 마스크 사러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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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취약계층에게 더욱 가혹하다. 노인들은 공적구매 마스크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모바일이 낯설어 마스크 구매 앱을 이용한 주변 약국 검색이 서툴다. 몇시간씩 약국에서 줄을 서는 것도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여의치 않은 일이다. 암환자의 경우도 면역력이 떨어져 마스크가 필수지만 긴 줄 사이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암환자들은 통원치료를 위해 병원에 갈때마다 조마조마하게 병원을 오간다.
노인과 환자, 취약계층이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는 현황과 이를 극복할 대책은 없을지 2회에 거쳐 해답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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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를 받아야하니 병원에 안 올수도 없고 올때마다 조마조마하죠. 혹시 확진자라도 다녀가지 않았나 지금 이 공간내에 확진자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마스크 품귀 현상에 국내 암환자들은 이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견뎌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증상이 없어 보이지만 암환자들은 항암치료 등으로 인해 체내 면역력이 떨어져 만약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암환자들은 감염을 차단해줄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그러나 마스크 품귀 현상이 지속되며 공적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기도 걱정스럽고 병원에서 따로 마스크를 지급해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마스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면역력 낮은 암환자들 "병원가기 두렵지만 치료위해 어쩔 수 없어"
병원에서 만난 정기검진을 받으러 온 유방암 환자 관악구 거주 40대 A씨는 "지난해 항암치료 중에 면역력 저하로 긴급히 1인실에 입원해 무균치료를 받았는데 그때는 병원에서 병실내에 마스크를 늘 비치해놓고 방문객 모두 마스크를 쓰고 들어오게 했다"며 "지금은 의료진이 쓸 마스크도 없다니 그런 배려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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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종합병원에서는 출입 시 코로나19 문진표를 배부하고 반드시 작성 후 출입토록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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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으로 아이를 입원시켜 치료받고 있는 평택 거주 주부 B씨는 "소아암으로 치료받는 아이들은 매일 1장 이상 마스크를 써야하고 보호자도 늘 함께 있어야하기 때문에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러 밖으로 나가기가 어렵다"며 "대부분의 입원중인 아이들이 백혈구-호중구수치(ANC)가 1000 이하인 면역력이 거의 신생아 수준인 아이들이라서 보호자가 마스크 사오는 와중에 감염이라도 되면 큰일이다. 코로나19로 외출이 더욱 엄격이 통제되서 아예 보호자들이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것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소아암 치료의 마지막 단계인 조혈모이식을 실행할때 마스크를 대량 구매해 소독 내리고 계속 무균실에서 써야 하지만 KF94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도 한박스에 7천원 정도 하던 마스크가 3~4만원대로 올라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했다.

성북구 거주 C씨는 "목숨걸고 마스크 사러 간다. 지자체에 문의해봤지만 중증환자라해도 대리로 마스크 구매가 안되니 줄서서 구입하라고 하더라. 유방암 4기라 면역력이 바닥을 치는데도 마스크 없으면 죽은 목숨이라 안살수가 없다. 병원갈때 꼭 써야하니까"라고 말하며 쓸쓸이 웃었다.

위암 환자 D씨는 "코로나19로 병원 전체가 다 바쁘고 힘들어보이니 내가 암이라고 해서 특별히 이런저런 조치를 해달라고 말하기도 미안하다. 그냥 내가 평소보다 더 조심하고 사람이 많은 곳은 가지않고 식구들을 시켜서라도 마스크 사오게해서 착용하고 그렇게 하는수밖에 없지않나. 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기저질환 환자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배려를 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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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센터에 방문한 발열, 인후통 등 코로나19 관련 징후가 있는 환자는 검사 후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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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암 환자 위험 알지만 다른 조치 취하기 어려워
병원에서는 암 환자들의 감염 우려 등을 알고 있지만 더욱 위중한 환자가 많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고 전한다. 중앙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구로고대병원, 보라매 병원 등 국내 주요 종합병원을 조사해본 결과 "암환자도 고위험자지만 다른 고위험자도 많아 따로 뭔가의 조치를 취하긴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성모병원측은 "무증상, 유증상 환자를 따로 진료하는데 이때 역학적인 관계가 있으면 RT-PCR(유전자 검사법) 검사 후 음성이면 본관에서 진료하고, 발열,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진료의가 판단해서 외래 출입증을 써준다"고 설명했다. 중앙대병원 관계자는 "발열 및 호흡기질환 등 증상이 있는 암 환자는 입원, 통원시 코로나 검사를 시행한다"며 "코로나 발병 초기에는 마스크를 입구에 비치하고 드나드는 분들 모두 쓰시게 했지만 마스크 품귀현상이 지속되며 마스크를 임의로 챙겨가시는 분들이 늘어 그렇게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전했다. 세브란스병원 역시 코로나19 초기때 모든 외래 환자(암환자 포함) 마스크 나눠줬지만 지금은 부족해 그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이례적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방문하면 입구에서 마스크를 제공해준다.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측에서도 "암 환자도 고위험군이긴 하지만 특별히 코로나19에 대한 다른 방어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과 똑같이 다중밀집지역을 피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조심해야한다"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linda@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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