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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피톤치드 뿡뿡 내뿜는 식물은 수다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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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기생하려는 균·잎 먹으려는 곤충에 / 피톤치드 배출은 “다가오지마”소리치는 것 / 고추 캡사이신도 곰팡이 공격의 방어기제 / 벌레를 잡아먹는 파리지옥은 왜 식물일까 / 잎의 생김새가 서로 다른 이유는 뭘까 / 씨앗∼나무까지 식물에 대한 72가지 질문 / 재미있게 답 내놓으며 궁금증 풀어줘

세계일보

김진옥/궁리/1만5000원


식물이 좋아지는 식물책/김진옥/궁리/1만5000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힘든 시기지만 주변의 산과 들에는 봄이 만개했다. 마스크를 쓰고 우리 주변의 산과 들을 산책하는 것도 ‘코로나 블루’를 털어버릴 수 있는 방법일 듯하다. 우리 주변에는 형형색색의 식물이 널려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한다. 자연도 식물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식물이 좋아지는 식물책’은 서대문자연사 박물관 전문위원인 저자가 씨앗부터 나무까지 식물과 친해지고 싶을 때 필요한 72가지 질문에 대해 재밌게 답을 주고 있는 식물 사전이라 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흔히 우리는 식물들이 온종일 꼼짝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재미없는 생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오해다. 식물은 동물보다 더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물이다. 동물이 물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물은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며, 동물이 먹이를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물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하지만 동물이 필요할 때만 움직이는 것과는 다르게 식물은 끊임없이 활동한다. 다만 우리 눈에는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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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마다 잎의 생김새가 다른 것은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모양의 잎으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1번 사진은 바늘모양의 소나무 잎, 2번은 손바닥 모양의 단풍나무 잎, 3번은 심장 모양의 박태기나무 잎, 4번은 부채 모양의 은행나무 잎.


책으로 들어가 보자. 식물마다 잎의 생김새가 다른 이유는 뭘까. 저자의 설명이다. 식물의 잎은 대개 잎몸, 잎자루, 턱잎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잎몸은 입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양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잎자루는 잎몸과 줄기를 이어준다. 잎자루 밑에 붙어 있는 턱잎은 어린싹을 보호하는 일을 하는데 대부분 잎이 자라면서 떨어진다. 모양도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소나무는 바늘 모양의 잎을, 단풍나무는 손바닥 모양, 박태기나무는 심장 모양, 은행나무는 부채 모양 잎을 각각 가지고 있다. 이처럼 잎의 생김새가 다양한 것은 식물이 주어진 환경에서 더 잘살아 남기 위해 다양한 모양의 잎을 발달시킨 것이다. 코알라가 즐겨 먹는 유칼립투스 잎이 커가면서 모양을 바꾸는 것은 대표적 사례다. 유칼립투스 잎은 어릴 때 동그란 모양이라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성장하는 데 좋다. 그러나 충분히 자란 후에는 몸속의 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좁고 길쭉한 모양으로 입이 변한다. 좁고 길쭉한 모양의 잎이 면적이 작아서 물이 빠져나가는 기공의 수가 적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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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충식물 파리지옥. 식물은 광합성으로 만든 양분 외에도 생존을 위해선 흙 속의 양분 흡수가 필요하지만, 파리지옥은 뿌리에서 흡수하는 양분이 부족하다. 그래서 벌레나 작은 동물을 잡아먹으면서 부족한 양분을 보충한다. 궁리 제공


또 다른 질문 하나! 벌레를 잡아먹는 파리지옥이나 끈끈히 주걱은 식물이라기보다 동물로 불러야 하는 건 아닐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들 식물은 광합성으로 양분을 만드는 만큼 분명한 식물이라고 강조한다. 식물은 광합성으로 만든 양분 외에도 생존을 위해선 흙 속의 양분 흡수가 필수다. 그러나 뿌리에서 흡수하는 양분이 부족한 환경에 사는 식물은 벌레나 작은 동물을 잡아먹으면서 부족한 양분을 보충한다. 이들 식물이 식충을 하게 된 것도 이들 식물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는 식물을 수다쟁이로 설명한다. 이유인즉슨 숲에서 가면 맡을 수 있는 상쾌한 냄새의 피톤치드 때문이다. 식물은 뿌리나 줄기에 기생하려는 균과 잎을 갉아먹으려는 곤충에게 피톤치드를 내보내며 “다가오지 마!’라고 소리친다는 것이다.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을 때도 “큰일 났어, 애벌레의 공격이다!”며 애벌레가 싫어하는 물질을 잎 속 가득 만들어 내뿜는데 그것이 피톤치드다. 이렇듯 식물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피톤치드를 이용해 수다쟁이가 된다는 설명은 재밌다. 고추의 매운맛도 이와 비슷하다. 고추는 주로 새가 먹고 멀리 씨앗을 퍼트려 주는데, 그런데 새가 먹기도 전에 곰팡이가 쳐들어와서 자꾸 씨앗을 썩게 한다. 그래서 고추는 곰팡이가 싫어하는 캡사이신을 품어 곰팡이가 쳐들어올 수 없게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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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김진옥 전문위원.


먹으면 안 되는 잎을 지닌 식물도 적지 않다. 독이 있는 식물은 대부분 뿌리나 씨앗에 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끔 잎에도 독이 있어서 먹으면 안 되는 식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애기똥풀이다. 애기똥풀은 줄기를 꺾으면 노란 물이 나오는데, 그 빛깔이 아기 똥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애기똥풀의 노란 물에는 사람에게 해로운 물질이 들어 있어서 먹으면 안 된다. 흔히 산에서 만날 수 있는 미치광이풀이나 앉은부채, 천남성, 동의나물 등도 독을 가진 식물이기 때문에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동의나물은 이름에 ‘나물’이라는 말이 붙어서 얼핏 생각하면 먹어도 될 것 같지만, 절대 먹으면 안 되는 위험한 독풀이다. 아예 만지면 안 되는 잎을 가진 식물이 있다. 쐐기풀의 잎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데 그 속에는 ‘포름산’이 들어 있어서 찔리면 쐐기벌레한테 쏘인 것처럼 아프다. 그래서 이름도 쐐기풀이다.

멸종 위기에 있는 식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섬개야광나무, 섬개현삼, 섬시호, 세뿔투구꽃, 연잎꿩의다리, 진노랑상사화, 참물부추, 한라송이풀 등이다. 기후변화와 사람들의 욕심과 무관심이 합쳐져 소중한 우리 식물들이 사라져 가는 슬픈 현실을 이야기하며, 이들 식물을 이제는 우리가 지켜주고 살펴주자고 강조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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