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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꽃 피는 봄이 우울한 이들에게 주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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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알레한드로 카소나/김재선/1만2800원


봄에는 자살 금지/알레한드로 카소나/김재선/1만2800원

20세기 스페인 작가 알레한드로 카소나의 희곡 ‘봄에는 자살 금지’는 요즘 같은 꽃 피는 봄이 즐겁기보다는 우울한 이들을 위로하는 희곡이다. 1937년 멕시코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자살자의 집’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삶의 다양한 굴곡 앞에서 생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아름다운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공간적 배경은 ‘자살자의 집’이라고 불리는 의문의 장소다. 언뜻 보면 자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장소를 준비해 놓고 자살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자살하도록 돕는 기관 같다. 이곳에는 실제 삶의 다양한 굴곡으로 인해 생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물질적인 세상이 싫어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아름답게 죽고 싶어 하는 슬픈 귀부인, 은행 말단 직원이면서 오페라 여가수와의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다 자신의 초라함을 깨닫고 좌절한 청년, 배고프고 외로운 나날을 보내다 죽음만큼은 누군가와 함께 맞이하고 싶어서, 그리고 다른 불행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기대감으로 이곳을 찾은 알리시아와 같은 이들이 등장한다.

하나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이들이 찾는 자살자의 집은 죽음이 삶의 문제들이라 생각하고 삶에 대한 욕구를 느끼도록 하는 곳이다. ‘자살’을 결심했던 사람들이 ‘살자’고 다짐하며 살아가기 위한 힘을 얻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곳임을 알게 된다. 인간에겐 자기 인생에 대한 권리가 있지만, 의무 또한 있음을 강조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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