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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내 책을 말한다]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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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신영 회사원


모든 게 서툴렀던 스물다섯 살, 처음 직장인이 됐다. 취업만 하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회사 생활은 쉴 틈 없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치마를 입고 출근한 날이었다. 회사 로비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원치 않는 시선과 평가를 감당해야만 했다. "치마 입으니까 예쁘네" "여자는 다리만 예뻐도 중간은 가는데, 내 딸은 다리가 날 닮아서 걱정이야." 동료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것 같아 수치심이 밀려왔다. 그들에게 내 업무 능력 평가는 뒷전이었다.

"직장 생활은 원래 힘든 거야. 누구는 좋아서 하니?" 힘들어하는 내게 돌아온 말이다. 인내의 끈이 끊어지기 직전, 도망치듯 회사를 뛰쳐나왔다. 그리고 '남들도 다 한다'는 직장 생활을 버티지 못한 스스로를 책망했다.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애쓰다가도 억울함이 순간순간 고개를 들었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 상사들은 특권인 양 무례한 행동을 일삼으며 막내 사원인 내게 인내와 희생을 강요했다.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글로 옮기고, 차마 할 수 없던 그 말을 덧붙였다. A4용지가 내 노여움만큼 쌓여갈 때쯤 문득 깨달았다. 나 스스로를 '문제 있다'고 단정 지어버린 태도가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는 것을. 더불어 김 사원의 목소리로 '진짜 마음'을 말해주지 않으면 서로 끝까지 이해할 수도, 존중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이 책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웨일북)이 ‘김 사원’에게는 시원한 위로가, 기성세대에겐 후배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서로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상대를 포용할 수 있다. 참고로 나는 재취업에 성공해 다른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김신영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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