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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어린이 책] 백인도 아니고 부자도 아니지만 다 같은 친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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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뉴 키드 제리 크래프트 지음ㅣ조고은 옮김ㅣ보물창고 256쪽ㅣ1만6000원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지만 피부는 그리 까맣지 않아서 '환한 얼굴'이란 말이 도리어 놀림이 되는 열두 살 조던에게 특명이 떨어진다. 뉴욕 맨해튼에서도 백인 중산층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사립학교에 떡하니 입학한 것이다. 눈물겨운 사연이 있다. 큰 출판사에서 잘 나가는 편집자로 재능을 펼쳐 온 그의 부모는 능력이 좋아도 유색인종이라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은근한 차별에 진이 빠진다. 그래서 하나뿐인 아들에겐 "대학도 가고 인맥도 넓혀서 우리가 가질 수 없었던 성공의 기회를 줘 보자"고 결심한다. 졸지에 새 학교로 옮겨 간 조던은 낯선 행성에 홀로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어설프게 교내를 배회한다. 이 책이 만화와 소설이 융합한 그래픽노블인데도 올해 뉴베리 대상을 거머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투명한 눈으로 상대를 봐주며 자신들 속도 솔직하게 까발리는 친구들을 만나 조던의 시야가 부쩍 넓어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생각의 힘도 커진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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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둘이 사는 흑인 친구 드류는 기초대수학을 만점 받을 만큼 똑똑하다. 잘난 척할 줄 알았던 부잣집 아들 리암은 사려 깊은 태도로 조던에게 다가온다. “학교에 나무가 엄청 많아서 센트럴파크에서 수업을 듣는 기분이고, 몇 명은 진짜 부자이며, 한 선배의 아빠는 양키스 야구단의 높은 사람”이지만 밥 먹고 똥 싸는 똑같은 인간일 뿐이란 점에서 조던과 다를 게 없다. 유쾌하게 허를 찌르는 조던의 새 세상 적응기. ‘우정·인종·계급·왕따에 대해 신선하고 유머러스하게 탐구한 작품’이란 선정 이유가 와닿는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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