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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기자의 시각] 손 사장님, 그날 밤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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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상현 사회부 기자


손석희 JTBC 사장님. 저는 요즘 성(性) 착취 동영상을 공유한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5년차 기자입니다. '언론 생활 36년'이라는 대선배께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의문 때문입니다. 도대체 2017년 4월 16일 밤 과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1년 전쯤, 저는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가 손 사장님을 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상암동 한 술집에서 손 사장님은 "정신 차리라고 얼굴을 툭툭" 쳤다고 주장했고, 김씨는 "주먹으로 두 차례 맞았다"고 했죠. 두 사람의 그 분쟁은 그날 밤 과천의 한 주차장에서 손 사장님이 낸 접촉 사고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손 사장님은 접촉 사고 피해자인 견인차 차주에게 150만원을 송금했더군요. 그렇다면 끝난 일입니다. 그런데 손 사장님은 김웅씨에게 그날 밤 사건을 꼬투리 잡혀 "취업 청탁 등 협박을 당했다"고 했죠. 그러면서 김씨에게 '월 1000만원 보장' 'JTBC에 용역 형식의 2년 계약직으로 채용'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했습니다. 손 사장님 말씀대로 "긁힌 자국도 없는 단순 접촉 사고"라면, 왜 이렇게 비굴할 정도로 김씨에게 절절 매셨는지요. 도대체 그날 밤 과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렇게 그날 밤이 잊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인간 말종 같은 조주빈이 등장하더군요. 난데없이 조주빈이 손 사장님의 '그날 밤'을 또 거론했습니다. 그가 소셜미디어 텔레그램 방에서 나눈 채팅 내용에는 "과천 주차장에 있는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를 제거한 사람이 나"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경찰은 "당시 주차장 근처 CCTV를 확인했는데 훼손한 흔적이 없었다"고 조주빈의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그런데도 손 사장님은 흉악범에다 사기꾼인 조주빈에게 거액을 보냈습니다. 물론 돈을 보내준 이유는 다르게 설명했습니다. 살해 청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조주빈에게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언론 생활 5년이 채 되지 않은 저도 이런 일이면 경찰에 곧장 신고합니다. 그런데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15년 연속 선정됐던 손 사장님은 경찰에 알리는 대신 돈을 보냈습니다. 도대체 그날 밤 경찰에도 알리고 싶지 않은,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손 사장님이 살해 청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런 흉악범과 사기꾼에게 돈을 뜯기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그 사이 조주빈은 여중생을 포함한 여성 수십 명의 인생을 더 망쳤습니다. 2019년 8월 조주빈이 협박해왔을 때 곧장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이 그를 체포했더라면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의도치 않았더라도 그의 방조자가 된 것입니다.

[박상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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