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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탈원전 폐기없이 두산重 1조 지원… "겨우 인공호흡기 달아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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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위기] 올해 만기 차입금만 4조2800억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탈(脫)원전 정책 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에 긴급 운영자금 1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은과 수은은 27일 열린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두산중공업 지원 내용을 보고했다. 산은은 "두산중공업에 대해 그룹 총수, 대주주인 ㈜두산 등의 철저한 고통 분담과 책임 이행, 자구 노력을 전제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은행은 두산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한 ㈜두산 및 주요 계열사 지분 등을 대출 담보로 받았으며, 추가적인 자금 지원 여부는 두산중공업의 자구 노력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책은행의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발전 부문 비중이 큰 두산중공업의 사업 구조상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지 않는 한 1조원은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를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 최진명 연구원은 "1조원은 유동성 위기에 놓인 두산중공업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준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은 4조9000억원인데, 올해 만기가 되는 차입금만 4조2800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한 두산중공업에 대한 자금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의 발전 부문 수주 잔액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16조9142억원에서 작년 3분기 기준, 11조8183억원으로 30% 급감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산은·수은이 지원하는 1조원은 올해 갚아야 하는 시장성 단기 차입금 상환과 운영 자금 등에 쓰일 예정"이라며 "중동과 동남아에서 올해 2조원대 규모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와 석탄화력발전소 수주가 기대되고 있고, 차입금 대부분도 만기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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