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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구리와 핑크란마`…세계 정상급 록보컬 부부가 한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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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오브락-147] 이 시대가 낳은 멋진 보컬 박완규의 메이저 데뷔곡은 밴드 부활 소속으로 발표한 '론리 나잇(Lonely Night)'이다. 3옥타브 이상의 초고음표가 난무하는 이 곡을 전성기 시절 박완규는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불러내는 괴력을 보인다. 이 곡은 보컬 고르는 눈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김태원이 고심 끝에 박완규를 영입하고 사실상 그를 위해 맞춤형 노래로 쓴 것이다. 물론 정작 박완규는 이 시설 목소리를 그리 맘에 들어하지 않아 자의 반 타의 반(그는 부활 탈퇴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대를 많이 상했었다. 의사가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없을 거라고 얘기했을 정도로) 낮고 굵은 쪽으로 목소리를 변신시켰다. 그래도 한국 가요사를 아름답게 수놓은 이 노래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정말 많은 후배 가수들이 이 노래를 무수히 무대 위에 올렸다. 웬만한 가창력이 아니고서는 노래를 선택하기 힘든 구조였다. 3옥타브를 오르내리는 고음도 고음이었지만 박완규라는 무게감을 완전히 떨치고 노래를 부르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노래는 고음도 고음이지만 탁월한 리듬감이 있어야 소화할 수 있는 노래다. 음표를 따라 가사가 매우 리드미컬하게 붙어 있어 탄탄한 고음 발성이 받쳐주지 못하면 고음을 유지하면서 가사를 뱉어내기조차 어려운 곡이라 할 수 있다.

남자 가수 중에서는 전성기 박완규 뺨치게 노래를 잘하는 노라조 출신의 이혁이 탁월하게 이 노래를 소화했다고 볼 수 있다. 여자 가수 중에서는 박정현과 박기영의 역량이 압도적이다. 손승연의 파워풀함이 원곡에 충실했다면 박정현과 박기영은 그야말로 노래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특히 복면가왕에서 가면을 쓰고 이 노래를 부른 박기영은 '어떻게 이 노래를 부르고 경연에서 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도 안되는 퍼포먼스를 과시했다.

매일경제

이구리와 핑크란마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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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남자와 여자가 함께 부른 버전으로는? 아마도 이들의 실력이 역대급일 것이다. 재야의 고수 이구리와 핑크란마가 본인 유튜브 채널에 올린 버전이다. 이구리는 예전 1999년 추억의 락타운21 시대부터 활동해온 아마추어 고수다. 록이 음악계에서 나름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시절 락타운21은 노래 잘하는 아마추어 가수들이 활동해 일합을 겨루는 곳이었다. 하현우(국카스텐) 김경현(더크로스) 김동명(부활) 등 보컬을 배출한 산실이었다. 이구리(본명 남광철)는 이 당시 하현우 김동명 등과 함께 락타운21을 이끌어가는 최고의 재능 중 하나였다. 그가 카피한 더크로스의 나만의 그대는 감히 이구리만이 카피할 수 있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 방송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핑크란마는 소찬휘를 연상케 하는 보컬 톤에 극강의 안정적인 발성을 자랑하는 초고수다. 그가 부른 빅마마의 연, 나얼의 바람기억, 엠씨더맥스의 어디에도 등을 들으면 (원곡 가수에게 미안하지만) 원곡과 비교해 조금도 처지지 않을 정도다. 원곡을 부른 가수가 가요계 최정상 실력을 자랑하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남녀 최고 수준 두 명의 보컬이 2017년 7월 23일 유튜브에 올린 론리 나잇 버전은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가뜩이나 높은 노래를 3키나 올려서 불렀다. 그런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다. 곡 후반부로 가면 치솟아오르는 텐션에 피가 끓어 몸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다. 곡 끝날 무렵 이구리의 샤우팅은 심지어 돌고래를 연상케 한다. 소찬휘와 비슷한 톤으로 노래를 끌고 가는 핑크란마의 역량은 글로벌급이다.

그리고 이들은 결혼한 부부 사이다. 아마 록보컬 부부로서 이들의 역량을 합치면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월드클래스급일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수많은 노래 프로그램이 명멸하는 이 시대를 살며 이들은 스스로를 세상에 별로 내보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글이 그들이 좀 더 유명해지기 위해 아주 조금이라도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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