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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OK!제보] "30여명 뒤엉켜"…코로나19 비껴간 '오픈런'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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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부산 진구에 사는 문모(36)씨가 보내주신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이건주 인턴기자 = "요즘 2m 간격으로 거리 두기 운동하는 거 맞죠? 여기서 수십명이 밀착해서 모여있는 모습을 보면 다 통용이 되진 않는 것 같아요."

부산에 사는 주부 문모(36)씨는 지난 20일 오전 10시50분께 해운대구 한 대형 백화점 정문에 30여명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들은 영업 시작 시각인 오전 11시가 되자 전력 질주해 한 매장으로 몰려갔다. 신상품을 선착순으로 사는 이른바 '오픈런' 구매였다.

문씨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매장에) 가기 위해 다닥다닥 밀착해 줄을 선 모습과 매장 앞에서 뒤엉킨 모습을 보면 '적어도 지금은 이래서는 안 될 텐데'라는 걱정이 든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나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 등이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 밀고 뒤엉키면서 다치는 사람도 생기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에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자제하자는 의견이 (명품 구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와도 '상관 말라'고 핀잔을 듣기 일쑤"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한 백화점이 개장하자 대기자들이 앞다퉈 입장하고 있다
[촬영 이건주. 재판매 및 DB 금지]



25일 오전 10시께 찾은 서울 중구 한 유명 백화점(사진 속 백화점과는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연출됐다.

개점을 1시간 가까이 앞둔 시각이지만 정문에는 이미 20명 넘게 줄을 서 있었다.

도봉구에서 왔다고 밝힌 강지은(가명)씨는 "명품 애호가 사이에서 이번에 입고 예정이라는 정보가 돌고 있는 50만원짜리 카드지갑을 사기 위해 왔다"며 "이번 시즌에 놓치면 영원히 못산다"고 말했다.

강씨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야 하는 사실은 알고 있다"면서도 "사야 할 물건을 안 살 수도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백화점 앞 인도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송모(59)씨는 "평일이니까 이 정도이지 지난 주말에는 곱절은 더 행렬이 길었다"고 전했다.

신제품 출시일이면 몰리는 고객을 통제하기 위해 백화점과 매장 관계자도 분주하다.

서울 서초구 한 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라며 "주말에는 평소보다 명품을 사기 위해 3배 이상 손님이 몰리곤 한다"고 밝혔다.

부산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갈 수 있는 1층 출입구를 줄였고, 입장객마다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며 "시국은 알지만 쇼핑하러 온 고객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오픈런에 대해서는 상황을 파악한 후 매장 측과 논의해 해결책을 마련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0%가량 오른 명품 핸드백 가격이 조만간 다시 인상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구매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손모(38)씨는 "○○백은 일찍 살수록 돈을 버는 것이라는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며 "같은 제품이라면 가격이 오르기 전에 최대한 빨리 사는 게 이득이라고 본다. 마스크만 잘 착용하고 대기하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일 신상품 출시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 판매 전략이 오픈런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나온다.

1년에 한두차례 명품을 구입한다는 박모씨는 "몇 년 전만 해도 본사에 문의하면 '다음주에 어떤 제품이 들어온다'고 알려줬는데 이제는 (알려주지 않으니) 직접 가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한 백화점이 개장하자 고객들이 차단기 밑으로 들어가는 모습
[촬영 이건주, 제작 남궁선. 재판매 및 DB 금지]



약 30만명이 모인 명품 관련 인터넷카페 회원 "jin****'은 "유선상으로 재고 확인 후 매장을 찾으면 이미 오픈런 고객들이 쓸어갔더라"며 "줄서기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이디 '***템V' 역시 "인기템(인기가 많은 제품)은 입고 당일 바로 빠지기에 마냥 기다려서는 살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해당 명품 업체는 지난 26일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매장 내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고객들이) 줄 서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방문 가능 시간을 알려주는 문자 시스템을 통해 매장 안팎이 붐비지 않도록 유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체 측은 "직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며 매장 곳곳에 손 세정제를 배치해 놨다"고 덧붙였다.

오픈런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현장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2주간 진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해 (체육시설이나 유흥시설과 달리) 업장 준수사항에 백화점이 빠져있는 것은 맞다"며 "현장을 확인해 조치가 필요하면 추가적인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shlamazel@yna.co.kr

gunniest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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