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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서쪽 해안에서 3천500㎞ 이상 떨어진 태평양 외딴섬 이스터섬에 코로나19 공포가 덮쳤습니다.

치료는 물론 검진도 쉽지 않은 인구 1만 명의 고립된 섬에 이미 바이러스가 곳곳에 침투해 있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27일(현지시간) 칠레 언론과 BBC 문도(스페인어판)에 따르면 칠레령인 이스터섬엔 현재까지 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24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그 접촉자가 전날 추가로 확진을 받았습니다.

둘 다 증상은 가벼운 상태라고 당국은 전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첫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외국이나 칠레 본토에서 온 사람이 아닌 이스터섬 주민이고, 다른 곳에서 감염자와 접촉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미 이스터섬이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단계에 들어섰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스터섬 시장 페드로 에드문드스는 BBC 문도에 "방문자와 접촉이 없는 주민이 감염됐다는 것은 이미 질병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넓게 퍼졌다는 것"이라며 "경험해본 적 없는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습니다.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섬은 지구상에서 가장 외딴섬 중 하나입니다.

칠레에선 비행기로 5시간이 걸리고, 가장 가까운 유인도인 핏케언섬과도 2천㎞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칠레에서 관광객을 실은 비행기가 자주 오가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19일부터 항공편 운항도 중단돼 그야말로 고립된 섬이 됐습니다.

섬 내에서 자체적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하긴 역부족입니다.

첫 확진자가 이상 증상을 보여 섬의 유일한 병원에 입원한 것이 지난 11일이었습니다.

검체를 육지로 보내 확진을 받기까지 두 주 가까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 사이 추가 감염 위험은 높아졌습니다.

섬 전체에 산소 호흡기는 3개뿐이라 중증 환자가 나오면 치료도 쉽지 않습니다.

26∼27일 사이 섬에 발이 묶였던 관광객 740명을 육지로 수송하기 위해 임시 항공편이 뜨고 확진자 2명을 이송하기 위해 공군기도 동원됐습니다.

그러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중환자도 생기면 마냥 육지 이송을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섬이 고립되면서 대부분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는 주민들은 생계 유지가 어려워졌고, 육지에서 공수해오는 생필품도 언제 바닥날지 걱정입니다.

섬 관계자들은 거듭된 요청에도 일찌감치 항공 운항을 중단하지 않은 중앙 정부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늘길이 끊기기 전에 이미 바이러스가 들어와 섬에 퍼졌는데 섬 내 확산을 막기 위한 통행금지 조치도 미흡하다고 주장합니다.

에드문드스 시장은 BBC 문도에 "많은 주민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린 지금 대양 위에 홀로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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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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