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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하승수 “양정철, 연합정치할 생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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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정치개혁연합 전 사무총장 인터뷰

경향신문

하승수 전 정치개혁연합 대표가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정치개혁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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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허업(虛業)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고인이 된 김종필 전 총리의 말이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자리 잡은 정치개혁연합 사무실에 들어서며 곱씹은 말이다.

이미 파장이었다. 3월 25일 텅 빈 사무실에서 하승수 ‘전’ 사무총장을 만났다. “기사가 나가는 시점엔 이미 역사의 일부분이 되었을 것”이라며 그는 자신의 직함 앞에 전(前)을 붙여달라고 했다. 씁쓸함이 묻어났다. 그는 개인적 상처도 크다며 “앞으로 당분간 칩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된 상황에 실망이 크겠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며 뻔히 예측되는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더 안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 생각이지만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미래한국당이 너무 많은 비례의석을 가져가게 되고, 그러면 앞으로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진보개혁성향 유권자들이 오히려 비례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갖게 될 수도 있고, 그래서 선거연합을 제의하게 된 건데….”

-정치개혁연합이 2월 28일 민주당에 선거연합을 제의했고, 그것을 받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미래한국당의 비례 싹쓸이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구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랬었는데….

“3월 13일 민주당 전 당원투표로 선거연합이 통과될 때까지는 순탄했습니다.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민주당 당원투표 결정 이후 미래당도 결정되고, 녹색당 당원투표도 3월 15일까지 결정될 때까지 순탄하게 진행됐습니다. 최소한의 선거연합 모습은 그려질 수 있는 상황이었죠.”

-전 당원투표 직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전화를 받고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는 건가요.

“양 원장이 움직인다는 것은 민주당 당원투표 2~3일 전부터 감지했습니다. 그가 여기저기 전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정당들을 통해 들려왔어요. 내용은 민주당은 ‘시민을위하여(현 더불어시민당)’와 함께할 것이라는 겁니다.”

-양 원장 본인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겁니까.

“네. ‘정치개혁연합은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다’, ‘독자정당으로 갈 것이고, 선거 이후에 해산하지 않을 것이다’와 같은 말을 여기저기에 한 걸로….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3월 14일 토요일에 (양 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갑자기 3월 17일까지 ‘시민을위하여’와 통합해야 한다. 통합이 안 되면 우리로서는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일방통보를 했습니다.”

-원래 논의를 해왔나요.

“아니요. 저는 일면식도 없었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민주연구원 원장 양정철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고 ‘제가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과 같이 협상권을 위임받았다’고 하더군요. 비례연합정당 추진과 관련해서요.”

-논란이 되었던 ‘가자환경당’이나 ‘가자평화인권당’과 같은 당들도 그때 거론된 겁니까.

“월요일(3월 16일) 여의도에서 이근형 위원장과 양 원장을 만났습니다. 그때 그 비슷한 이야기를 꺼내 깜짝 놀랐습니다. 그 전까지는 전혀 논의도 없었고, 상상조차 못 해본 이야기를….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지만, 그 다음 날 보도된 것을 보니 이미 다 접촉을 했더라고요.”

-민주당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선거연합에 민중당이 들어오려 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라고 말합니다. 이석기 석방과 같은 의제를 들이밀면 반대쪽에 책잡힐 수 있다는 겁니다. 녹색당의 성소수자 이슈도 민중당 이전까지는 감당할 만하다고 봤다가 민중당이 참여하면서 꼬투리를 잡힐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더해져 ‘시민을위하여’를 선택한 것이 불가피했다는 겁니다. 이 주장은 팩트가 맞습니까.

“민중당이 그때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부정적이었고, 기본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참여할지도 협의해 정해야 할 입장이었습니다. 사실 그건 핑계입니다. 민중당이 그런 의사를 밝혔다고 하더라도 민중당 스스로 자기 당에서 열리는 3월 22일 중앙위원회를 통과해야 해요. 언론 보도를 보면 정치개혁연합 쪽에서 민중당 참여를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식으로 나오던데 그런 주장을 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녹색당이나 미래당 등 참여정당들이 의석수를 더 요구했다는 주장은 사실인가요.

“이미 그 당들에서 해명한 것처럼 구체적인 의석수 배분까지 논의가 진행된 상황이 아니었어요. 민중당이든, 의석수 배분이든, 제대로 이야기해본 적이 없어요.”

-왜 알려지지 않은 신생정당을 파트너로 삼아 ‘시민을위하여’를 선택했을까요.

“연합정당이라는 개념이 없던 거죠. 처음부터 위성정당으로 기획되었다가 우리 제안 이후 연합정당이라는 포장지를 씌우려고 했어요. 한데 워낙 연합정당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개념이 없다보니 다시 위성정당으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하고 봅니다. 자신들이 보기에 컨트롤하기 어려운 정당 주체는 빼고 입맛대로 하겠다는 생각이죠. 더 나아가면 위성정당 프로젝트를 이전부터 가지고 추진한 걸로 보입니다.”

-민주당 측이 그런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까.

“3월 17일 양 원장으로부터 ‘시민을위하여와 한다’는 통보를 받고 우리(정치개혁연합) 쪽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 원로들이 민주당 의원이나 당직자들에게 연락해보니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연합당이 쓸 뻔했던 당명 아이디어도 민주당 쪽에서 나왔고요. 다 참여한다는 전제로 ‘민주정의녹색미래연합’이라는 이름이 제안되었습니다.”

-‘사천(私薦)’ 내지는 ‘비선 공천’ 아니냐고 비판하지만 민주당 측에서는 민주연구원장은 당연히 선거 전략을 관장할 수 있다며 그런 의혹 제기는 말이 안 된다고 합니다.

“민주당이 당원투표를 했을 때 당원들이 연합 상대를 머릿속에 그렸을 것 아니에요. 그래봐야 정의당이나 녹색당, 미래당 같은 당이었을 겁니다. 그때까지 언론에 나오던 당들이었으니까요. 가자평화인권당이나 가자환경당을 당원투표를 하면서 떠올렸을까요. 그 당들을 무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 생긴 정당이 연합에 참여한다는 것은 투표할 때 민주당 당원들도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논의하고 검토한 기본 전제를 다 깬 것이죠.”

-결과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하(한숨)…. 이번 선거결과가 정말 우려스럽습니다.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택했기 때문에 원군을 많이 잃어버렸어요. 다음으로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다보니 소수정당의 목소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요.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않았을 때 이전으로 후퇴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총선이 끝났을 때 예상되는 상황은 의석분포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현재의 선거제도를 쓸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잖아요.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은 불가피해요. 2022년 지방선거나 대선을 생각하고 다시 연합정치 논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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