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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전 사형이 마땅합니다"···'n번방' 내부고발 대학생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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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민중당원들이 사이버 성 착취 규탄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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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피해자의 영혼을 파괴한 디지털 성범죄자입니다.”

대학생 김재수(25·가명)씨는 28일 이렇게 자기소개를 했다. 김씨는 최근 불거진 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사건의 범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유사 n번방인 ‘야동공유방1주7개’를 운영하며 4만7000개가량에 달하는 성 착취물을 유포했다. 김씨는 금품을 받고 회원 4000명가량을 모집했다. 참가자들은 각자 1주일에 성 착취물을 7개씩 올려야 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후 김씨는 돌연 n번방의 실체를 폭로하는 내부고발자로 변했다. n번방 사건이 밝혀진 배경에는 김씨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그는 최초 신고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압수수색 당해보니 피해자 고통 공감”



김씨가 내부 고발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압수수색을 당한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경찰이 김씨 집에 들이닥쳐 성 착취물을 압수하는 순간 김씨는 감추고 싶은 과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얼마나 공포감과 심리적 압박을 주는지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피해자도 자신의 범죄로 비슷한 감정이었으리라는 깨달음이다. 그는 죄책감에 따른 우울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그러면 ‘수습을 하지 않고 도망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고쳐 먹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김씨는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며 경찰 수사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김씨와 지속해서 연락을 취하며 n번방 관련 정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언론사 제보에도 적극적이다. 텔레그램에서 별도의 단체대화방(참가자 90명가량)을 운영할 정도다. 상당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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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n번방 사건의 주요 피의자 조주빈(25)이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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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성범죄 뿌리 뽑으려면…”



김씨는 사이버 성범죄를 뿌리 뽑을 대안도 제시했다. 무엇보다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초범이라고, 반성한다고,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현실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김씨는 “나조차 이렇게 휴대전화를 만지고 자유를 만끽하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음란물 웹사이트 차단 정책이 n번방 사건이라는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무작정 음란물 웹사이트를 차단하니 유통 시장이 음성화해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성매매에 대해서도 “단속할 거면 확실히 단속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합법화해 제도권 안에서 철저히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는 최소 징역 4만년 살아야”



김씨는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죄하기 위해 최대한 강력한 처벌을 받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4만 명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으니 최소 징역 4만 년은 살아야 사회에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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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n번방 사건 강력 처벌 촉구 집회가 열렸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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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본인 미화하는 범죄자일 뿐”



김씨가 이번 n번방 사건을 이슈화하는 데 힘을 보탠 건 분명하지만, 일각에선 “자신을 미화하려는 범죄자일 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n번방 가담자 중 제보에 적극적인 사람이 많다”며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공익제보자로 포장돼 마땅한 처벌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김씨의 속마음은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혹여 위선적으로 자신의 처벌을 줄일 목적이 있더라도 수사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기 때문에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가람·김민중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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