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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1분기 소상공인 폐업, 전년比 20.2% 증가…'코로나 쇼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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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43.4% 뛰어…관광업 위축 반영
부산·경남 등 영남권도 폐업 30% 증가

올 1분기(1월~3월 25일) 소상공인 폐업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업 비중이 높은 제주도의 경우 43.4% 뛰었다. 부산과 경남에서도 폐업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 1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상륙한 이후, 소상공인의 '폐업 도미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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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1층에 위치한 노란우산 공제사업기금 사무소 전경. /심민관 기자



◇ 소상공인 폐업지표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20% 증가

27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소상공인이 폐업할 때 지급하는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건수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 1월부터 3월 25일까지 지급 건수는 총 2만2453건으로, 2019년 같은 기간(1만8787건)과 비교해 20.2% 증가했다.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제도는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가 폐업 신청을 하거나 사망한 경우, 영업 당시 납입한 공제금을 연금처럼 지급하는 제도다. 국내 가입자수는 110만명 정도다. 지급 사유 가운데 98%가 폐업이다. 가입자수가 많고, 대부분이 폐업이기 때문에 소상공인 업황을 파악하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지역별로 따져보면 관광 및 여행업 비중이 큰 제주지역이 전국에서 전년 대비 지역별 공제금 지급건수 증가율이 43.1%로 가장 높았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지난달 23일 이후 이달 22일까지 한달간 제주도를 방문한 누적 관광객은 44만532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88만6895명) 대비 약 50% 감소했다.

제주지역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광객이 줄면서 매출절벽에 부딪혔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제주시 연동의 한 삼겹살 전문점 사장은 "봄 성수기에 이렇게 장사가 안된 건 처음"이라며 "매출이 70% 이상 줄었다"고 했다. 제주시 연동의 한 피부마사지 전문점 사장은 "코로나 사태가 길어질 것 같아 다음달부터 문을 닫기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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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우산 공제금 지급건수 연도별 증감율 비교표. 왼쪽은 2018년과 2019년 비교표, 오른쪽은 2019년(1~3월)과 2020년(1~3월) 비교표. /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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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에 이어 경남(30.8%)과 부산(30.5%)은 전년 대비 지역별 공제금 지급건수 증가율이 30%가 넘었다. 이밖에 전북(28.7%), 충남(26.2%), 인천(26.1%), 경기(25.1%), 강원(23.1%), 전남(22.9%), 광주(22.2%), 대전(19.6%), 세종(16.5%), 경북(16.2%), 대구(12.2%), 서울(11.9%), 충북(11.6%), 울산(4.9%)이 뒤를 이었다.

한편 2019년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건수 증가율은 전년 대비 5.6%였다. 경기가 나빠지고 있긴 했지만, 20% 이상 폐업률이 늘어날 정도로 위축 강도가 심하지 않았던 셈이다. 지금의 폐업 증가는 코로나19 때문이라는 의미다.

◇1~2달 영업 못하니 돈 줄 끊겨 폐업

소상공인들은 재무 구조가 열악해 1~2달 정도 영업을 못하는 것만으로도 가게나 공장 문을 닫아야하는 경우가 많다. 부천에서 금속 공방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이미 대출이 많은 상황이라 은행에서 담보 대출을 받기 어려웠다"며 "매출이 확 꺾이고 직원 월급은 줘야해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다"고 말했다. "그나마 돈을 빌릴 수 있으면 사정이 나은 편"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대출을 못 받는 영세 소상공인들이 많아지자, 지난 19일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신용등급이 4등급 이하(최대 10등급까지)인 소상공인 대출을 지원하도록 2조7000억원의 자금을 배정한 것이다. 하지만 소상공인 1명당 대출금을 최대 1000만원까지로 제한해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부산의 한 자동차 부품 판매업체 사장은 "불황에 장사가 안돼 직원 수를 줄였는데도 지난달부터 1000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며 "정부 자금 1000만원을 대출 받더라도 한달 밖에 숨통이 안 트인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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