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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사이언스카페]'712명 감염' 일본 크루즈선, 코로나 비밀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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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안 정박 때 고립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제한된 인원과 공간에서 이상적 실험 조건 만들어져

무증상 감염 가능성, 격리 조치 효과 확인

조선일보

일본 크루즈선 정박 요코하마항에서 출발하는 구급차.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대거 확인된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뒤쪽)가 정박 중인 일본 요코하마 항에서 2월 14일 구급차 한 대가 출발하고 있다.


‘떠다니는 코로나 배양접시’로 불린 크루즈선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혀내는 데 이상적인 연구대상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정된 공간에서 모든 인원을 다 조사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감염되고 증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6일(현지 시각) ‘크루즈선 감염 사태가 밝힌 코로나 감염증의 실태’라는 분석기사에서 “크루즈선은 한정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게 했지만 폐쇄된 환경은 또한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의 행태를 연구하는 데 이상적인 공간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27일 오후 2시 현재 3711명의 승객과 승무원 중 712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첫 환자는 먼저 홍콩에 내린 승객으로 지난달 1일 코로나 감염이 확인됐다. NHK 집계에 따르면 현재 일본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환자를 포함해 2117명이며 사망자는 57명(크루즈선 10명)이다.

과학자들은 이후 크루즈선에서 나온 코로나 확진 환자들을 통해 바이러스의 감염 형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존 이오아니디스 교수는 네이처지에 “크루즈선은 한정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이상적인 실험과 같다”며 “크르주선에서는 모든 사람을 알고 있고 누구든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일본 요코하마항에 접안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격리돼 있는 한 여성이 12시에 배가 부두를 떠난다고 적힌 천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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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에서 코로나 감염 환자가 급증한 것은 한정된 공간이라는 특성과 함께 탑승객에 질병에 취약한 노년층이 많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이후 다른 크루즈선 25척에서도 코로나 환자가 나왔다. 이중에는 78명의 환자가 나온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의 그랜드 프린세스호도 있다.

크루즈선에 대한 연구결과는 가장 먼저 일본 교토대 겐지 미즈모토 교수 연구진이 지난 12일 ‘유럽 전염병 감시’ 저널에 발표한 것을 들 수 있다. 연구진은 2월 28일까지 크루즈선에서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18%나 됐다고 밝혔다. 크루즈선 승객에 병에 걸리면 증세가 심하게 나타나는 노년층이 많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수치이다.

영국 런던 위생 열대의학대학원의 티모시 러셀 교수 연구진은 크루즈선의 사망자 비율을 근거로 중국의 확진 환자의 사망률이 1.1%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예측치 3.8%보다 낮은 수치다. 중국은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거의 모든 사람이 검사한 크루즈선의 사망률을 중국에 대입해 실제 사망률이 낮다고 추정한 것이다.

감염자 격리 효과도 크루즈선에서 확인됐다. 일본 교토대 겐지 미즈모토 교수와 미국 조지아주립대의 제라도 초웰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감염 질환 모델 연구’에 “감염자 격리 조치가 취해진 지난달 5일까지 감염자 한 명이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는 대상자는 7명이었으나 격리 조치후 1명 미만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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