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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스포츠의 세계를 쥐고흔드는 건, 왼손잡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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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 지배하는 '왼손의 법칙'

오른손 대세인 사회에선 '주변인'취급

스포츠에선 상대 무너뜨리는 필살기

NBA 하든, 골프 미켈슨 등 맹위 떨쳐

"왼손 승률, 오른손보다 높다" 연구결과도

BNK 가드 이소희(20)는 오른손잡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주로 왼손을 슈팅핸드로 썼다. 지난해 10월 19일 열린 하나은행과의 개막전에서 오른쪽 어깨 인대를 다쳤기 때문이다. 그는 “다치고 나서 오른손을 앞으로 뻗는 것이 무서웠다. 재활하는 3개월간 왼손 슛 연습을 했으며, 가능하다면 쓰는 손을 완전히 바꿀 생각도 있다”고 했다.

농구에서 왼손잡이는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다. 선수 대부분은 오른손잡이가 하는 레이업과 슈팅 각도, 드리블 방향 등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왼손잡이를 마주치면 순간적으로 혼동이 올 수 있다. 2018~2019시즌 미국프로농구(NBA) 득점왕을 차지한 휴스턴의 에이스 제임스 하든(31)은 “만약 내가 오른손잡이였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왼손잡이는 독특하다. 우리를 막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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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의 제임스 하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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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는 고집이 세다는 말이 있다. 고집 약한 왼손잡이는 이미 교정 당했기 때문이라 한다. 평소엔 그 고집 덕을 볼 일이 좀처럼 없다. 오히려 카메라 셔터, 자동차 변속기, 컴퓨터 마우스 등 오른손잡이에 맞춰진 세상 때문에 겪는 불편만 허다하다.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왼손잡이도 편안하고 행복한 세상 만들기’를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다.

그러나 스포츠에서만큼은 다르다. 일부 종목에서는 도리어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경우도 있다. 야구가 대표적 사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 스포츠의학과 연구팀이 1871~2016년 미 프로야구(MLB)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타자 중 좌타자 비율은 35.8%이었지만 타율 0.299를 넘긴 톱 레벨 타자 중 좌타자 비율은 52.6%에 달했다. 연구팀을 이끈 데이비드 만 교수는 “왼손 타자는 공을 때리고 나서 몸이 자동으로 1루 쪽으로 향하게 돼 출루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투수 역시 좌완이 유리하다. 타자 대부분은 주니어 때부터 좌완보다는 우완 투수를 상대해본 경험이 많다. 이 때문에 좌완 투수의 공에 상대적으로 덜 익숙하다. 왼손으로 던지는 공이 빠르기까지 하면 대처가 한층 더 까다롭다.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서라도 잡아온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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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의 좌완 투수 류현진./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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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1로 맞붙는 경기에서도 왼손잡이에 우위가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이 지난해 2월 격투기 선수 1만3800여명을 조사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왼손잡이의 승률이 오른손잡이보다 전반적으로 높았다. 왼손잡이 남자 권투 선수의 승률은 52.4%, 왼손잡이 여성 권투 선수의 승률은 54.5%, 왼손잡이 프로 종합 격투기의 승률은 53.5%였다. 연구를 이끈 토머스 리처드슨은 “오른손잡이는 희소한 왼손잡이와 싸울 때 그 자세 등에 혼동을 느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고 했다. 펜싱 역시 선수 중 왼손잡이가 33% 정도며, 1979년부터 14년간 세계대회 4강에 오른 선수 중 50%가 왼손잡이였다는 프랑스 몽펠리에대 연구 결과가 있다.

씨름 역시 왼손잡이가 유리하다. 장비 특성 때문이다. 씨름에서는 샅바를 허리와 오른쪽 다리에 둘러 묶기 때문에 마주 보는 상대 선수는 자연히 왼손으로 다리 쪽 샅바를 잡게 된다. 이 때문에 왼손이 발달한 사람 쪽이 상대를 제치기가 보다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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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할린 씨름협회에서 대련을 하는 초등학생들./한대호 연수구청 씨름단 감독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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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 한정으로 왼손잡이가 맥을 못 추는 종목도 있다. 필 미켈슨(50·미국), 버바 왓슨(42·미국), 브라이언 하먼(33·미국) 등 ‘좌타 골퍼’가 종종 두각을 보이는 외국과는 달리, 국내에선 왼손잡이로 활동하는 골퍼 자체가 이승찬(20·한국체대)이나 정이연(29) 정도뿐으로 매우 드물다. 구할 수 있는 왼손잡이용 골프 장비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라 한다.

양궁도 국내에선 왼손을 쓰는 선수가 없다. 골프와 마찬가지로 장비 제약 때문이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주로 쓰는 손이 왼손인 선수는 여럿 있지만, 그들 역시 경기 때엔 오른손잡이용 활을 쓴다”고 했다. 지난해 ‘제53회 전국 남·여 종별양궁선수권 대회’ 여자중등부에서 금메달 6개 중 절반을 휩쓸며 3관왕을 차지한 최혜미(14·밀양여중)도 오른손으로 활을 쏘지만 실은 왼손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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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부산아시안게임 양궁 금메달리스트 박회윤. 그는 왼손잡이지만 활은 오른손으로 쏜다./미국양궁협회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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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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