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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산처럼 쌓인 대출 서류…주52시간 포기한 소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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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출근에 야근은 기본…주말에도 출근

조선일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23일 서울 종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정부 정책 자금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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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금융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전국 소상공인지원센터 직원들이 밀려드는 소상공인들의 대출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새벽 출근, 심야 퇴근은 다반사고 최근엔 주말에도 출근해 대출 서류를 처리하면서 정부가 엄격하게 준수를 요구하는 ‘주 52시간’은 오래전에 물 건너간 상태다.

소진공 서울서부센터 직원들은 주말인 28일과 29일에도 사무실에 나왔다. 김선희 센터장은 “지난주에 받은 대출 신청 서류가 밀려 있어 빨리 처리하려면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진공 센터는 소상공인을 위한 일반 자금(소상공인정책자금) 대출 지원과 지난주 시작된 ‘코로나19 피해 경영안정자금’의 직접 대출을 맡아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하루 대출 지원 상담은 100건, 직접 대출 지원은 40건 정도까지 가능한데 3월초부터 업무가 급증했다”면서 “(정부의 50조 지원 발표 직후인) 지난주부터는 소상공인들이 아침 일찍부터 찾아오고 있어 새벽 출근과 야근을 피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 소진공 센터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센터마다 많게는 1000여건에 이르는 대출 신청이 밀려 있다. 600여명에 불과한 소진공 직원 대부분이 이일에 매달렸다. 본사 직원들도 부서별로 1~2명 필수 인력만 남고 모두 대출 처리 업무에 투입된 상태다. 소진공 관계자는 “줄서기를 없애려고 번호표를 나눠주기 시작하자 번호표를 받기 위해 새벽 3~4시부터 센터 앞에서 줄을 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분들을 맞기 위해서라도 아침 일찍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대출 신청을 하러 온 소상공인 중에는 무작정 대출을 처리해 달라며 버티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다시 와달라”며 방문 시간까지 예약해 줘도 “대출이 늦어져 망하면 어떡하느냐”며 막무가내로 기다린다는 것이다.

전 직원이 대출 업무에 매달려 있다 보니 소상공인 교육과 컨설팅, 폐업·사업정리, 점포철거 지원 등 소진공의 다른 업무는 사실상 마비 상태다. 다른 일은 모두 올스톱 상태다.

서울의 한 소진공 센터 직원은 “다음 주부터 은행권에서도 소상공인 직접 대출을 시작한다지만, 신용등급이 높음(6등급 이상)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소진공 센터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한두 번은 은행 대출 연체 경험이 있거나, 제2금융권 대출이 있는 탓에 은행권 소상공인 직접 대출을 받을 만큼 신용등급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소진공 센터는 4등급 이하 저신용 소상공인도 모두 대출을 해주고 있다.

[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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