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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존 레넌 '이매진' 코로나 극복송으로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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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 함께 부르기 제안에 나탈리 포트먼 등 동참

록백드 R.E.M 노래도 역주행, U2는 신곡 만들어 위로

“오직 인류애만이 존재하는 삶/온 세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너도 언젠가 우리와 함께하길 바래/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될 거야.”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imagine)’이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아이튠스 차트 44위에 올랐다. 1971년 발표된 이 노래가 49년 만에 역주행한 건 신종 코로나 사태 때문. 영화 ‘원더우먼’으로 유명한 배우 갤 가돗이 지난 19일 인스타그램에 “바이러스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위기를 단결해 극복하자”며 ‘이매진 함께 부르기(Let’s imagine together. Sing with us)’를 제안한 것이다. 배우 나탈리 포트먼과 에이미 애덤스, 가수 노라 존스 등 유명인사 24명이 이 제안에 동참해 이매진을 릴레이로 함께 불렀고, 이 영상은 29일 현재 조회 수 890만회를 넘었다.

코로나로 과거의 명곡 역주행
코로나 사태로 자가 격리 중인 이탈리아 아파트 주민들이 베란다에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서로 위로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힘들고 외로울 때 노래는 가장 빨리 위로받을 수 있는 처방전이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1980~90년대 에이즈 바이러스가 유행일 때 음악가들의 노래가 큰 위로가 됐다. 국내에서는 1998년 IMF 위기 때 ‘극복송’을 듣고 부르며 그 시기를 넘겼다.
우리는 지쳐 있을 때 “힘내라”고 등을 토닥이는 것만 위로가 되는 건 아니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함께 욕하고 울어주는 것도 큰 힘이 된다.
미국의 록밴드 R.E.M이 1987년 발표한 ‘잇츠 디 엔드 오브 더 월드 애즈 위 노 잇(It’s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이 역주행한 건 이런 이유다.
“지진으로 시작해/…/사다리가 무너지기 시작해/…/우리가 아는 세상의 종말이야”

지구 종말을 다룬 이 노래는 지난 24일 빌보드 ‘디지털 송 세일즈’ 22위, ‘핫 록 송스’ 4위에 등장하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지난 18일 R.E.M의 보컬 마이클 스타이프가 인스타그램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외출 자제와 손 씻기를 당부했고, 이후 다운로드가 482% 폭증하고 미국 내 스트리밍은 169% 늘어나며 화제가 된 것. 신종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연상시키는 제목과 가사가 현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노래와 R.E.M은 지구 파멸을 다룬 것들과 유난히 인연이 많기도 하다. 이 노래는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도 사용됐다. 코로나 사태로 다시 화제가 된 좀비 영화 ‘월드워Z’의 원작 소설 ‘세계 대전 Z’에 마이클 스타이프가 언급되기도 한다.
미국 디스코 전설 글로리아 게이너의 히트곡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나는 생존할 거야)’도 다운로드가 81% 늘어나며 빌보드 ‘댄스/일렉트로닉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4위에 뛰어올랐다.
U2·카디비의 코로나 신곡
명곡들의 역주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를 위로하기 위한 신곡도 나왔다. U2의 멤버 보노가 지난 19일 발표한 ‘렛 유어 러브 비 논(Let Your Love Be Known)’이 대표적이다.
“전화기로 노래해 줘/노래를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해줘/넌 절대 혼자가 아니야.”
보노가 길을 걸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불러 찍은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후배 가수들 뿐 아니라 바이올린, 첼로, 트럼펫 연주자들이 커버 영상(따라부르기)으로 올리며 화제다.
DJ 아이마키즈와 래퍼 카디비의 ‘코로나바이러스’ 노래도 인기다. 이 노래는 원래 카디비가 지난 10일 인스타그램에서 금색 그물 원피스를 입고 “난 코로나바이러스가 뭔지 잘 모른다. 난 좀 무섭다. 패닉 상태다”라며 화를 낸 것을, 아이마키즈가 위에 음을 얹어 노래로 발표한 것. 브라질 아이튠스 차트 1위, 미국 아이튠스 차트 8위까지 올랐다. 두 뮤지션은 그 수익금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내 가수도 ‘코로나 극복송’
국내 가수들도 잇따라 ‘코로나 극복송’을 발표하고 있다.
가수 권인하·김바다 등 국내 음악인 27명은 지난 25일 신종 코로나 극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곡 ‘크라운 포 코리아(Crown for KOREA)’를 발표했다.
국내 유명 가수들의 공연을 연출해온 권우기 감독이 제안한 프로젝트로 트로트 가수 홍시, 메탈 밴드 메써드, 소프라노 황지영, 아이돌 그룹 디크런치, 밴드 ABTB 보컬 박근홍 등 클래식부터 트로트, 하드록까지 다양한 장르 음악인들이 함께 노래했다. 연주에는 부활 드러머 채제민, 베이시스트 서영도, 해먼드 오르간에 한석호(LAKHAN) 음악감독 등 화려한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최백호·유익종·이치현·최성수 등
중견 가수들도 지난 24일 “이번 생은 이대로 살기로 하자’를 발표했다. 최성수는 “모든 공연과 행사가 취소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보다 더 힘들 환자들과 의료진, 봉사자들 그리고 모든 국민들을 위해 희망의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가수 임주리도 아들 겸 트로트가수 재하와 함께 듀엣곡 ‘이 또한 지나가리’를 공개했다. 가수 태진아도 지난 24일 ‘코로나19 이겨냅시다’를 발표했다.
가수 이한철은 2005년 발표된 노래 ‘수퍼스타’ 릴레이 부르기 운동을 시작했다.
‘방방 프로젝트’라는 이 운동은 노래를 함께 릴레이로 부르며 희망을 전하는 것. “괜찮아 잘 될 거야/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로 유명한 이 노래를 현재 커피소년, 신현희 등 15명이 참가했다. 음원 수익금은 전액 기부한다.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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