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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봄 이사철이라고요?"...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 서울 전셋집은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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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위 전셋값 약 3억...대출 기준보다 1억↑, 결국 월세로 밀려나

파이낸셜뉴스

서울에 전셋집을 구하려는 중소기업 취업 청년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제도에 적합한 전셋집을 찾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외곽 원룸촌으로 밀려나도 상황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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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남모씨(28). 그는 지난해 말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중소 온라인 마케팅 업체에 취업했다. 그의 초봉은 세후 2400만원, 한 달에 200만원 남짓. '내 집 마련의 꿈'은 버린 지 오래였다. 적어도 서울에 전세 단칸방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겠냐고 남씨는 생각했다. 그러던 그의 눈에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이 띄었다. 대출금리 1.2%면 학자금대출과 함께 갚기에도 부담 없었다. 남씨는 곧장 당산역 인근 부동산을 찾아갔지만, 유리문에 붙은 전단지를 보고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11평 원룸 전세 2억5000만원'. 대출 기준은 임차보증금 2억원 이하여야 한다.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로 서울 전셋집을 구하는 건 '그림의 떡'이었다.

봄 이사 철로 서울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남씨와 같이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고민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중소기업 청년대출) 제도 요건에 충족돼도 서울에서 이들을 받아줄 전셋집이 없어서다. 조건도 까다로워 대출 제도 자체를 꺼리는 집주인도 많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청년들의 주거난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중위 전셋값 약 3억...대출 기준보다 1억↑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중소기업 청년대출 제도에 따르면 중소·중견 기업에 취업한 만 34세 이하, 연 소득 3500만원 이하, 순자산 2억88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는 연 1.2% 금리로 최대 1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담보대출은 보증금의 100%를,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80%를 보증해준다.

문제는 대출 대상 주택의 기준이 너무 낮아 서울 전셋값과 괴리감이 크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청년대출의 대상이 되는 주택은 임차 전용면적 85㎡ 이하, 임차보증금 2억원 이하이다. 이에 비해 서울 전셋값은 임차보증금 기준을 훌쩍 넘어간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2월 서울 종합주택의 중위 전셋값은 3억4116만원이다. 아파트는 대출 대상 주택 기준의 두 배가 넘는 4억3001만원까지 올라간다.

실제 서울 동남권의 중위 전셋값은 4억9360만원, 강남권 3억8308만원, 도심권은 3억5369만원, 서남권이 2억9965만원, 강북권 2억9698만원, 동북권 2억8459만원 순이다. 가격만 놓고 봤을 때 서울 내 중소기업 청년대출의 대상이 되는 주택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까다로운 조건에 집주인도 '절레절레'
청년들은 결국 전셋값이 비교적 낮은 외곽 원룸촌으로 시야를 넓힌다. 서울 연립 다세대 주택의 중위 전셋값은 1억6732만원으로 대출 대상 주택 임차보증금 기준에 맞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들어갈 단칸방은 찾기 어렵다. 주택뿐 아니라 집주인에 대한 요구사항도 남아있어서다.

HUG로부터 보증금 100%를 받으려면 주택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으면 안 된다. 주택에 빚도 없어야 한다. 집주인 단일명의도 필수다. 집주인에 대한 채권 양도 통지도 필요하다.

서울에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해줄 집주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관악구 소재 한 공인중개사는 "중소기업 청년대출이 은행 대출 심사만 일주일에 최종 입주까지 한 달도 넘게 걸린다"면서 "절차도 복잡하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세입자를 구해야 하냐는 생각에 전셋값을 2억원 넘게 부르는 집주인이 많다"고 말했다.

강북구 또 다른 공인중개사도 "서울에 전셋집 찾는 일반 세입자도 많은데 집주인들이 굳이 복잡한 길을 선택하겠냐"면서 "매물을 내놓을 때 처음부터 중소기업 청년대출을 받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집주인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청년, 서울 전셋집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서울 전셋집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씨(30)는 "중소기업 청년대출에 도전했다가 포기한 주변 친구들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집을 사겠다는 것도 아니고 목돈을 모을 때까지만 직장에서 가까운 전셋집에 살아보겠다는 건데 참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 김모씨(27)는 "신용대출까지 알아봤는데 신용카드도 없는 사회초년생한테 신용이 있겠냐"면서 "월세를 살면 월급의 4분의 1이 깎여 나가는데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앱 다방 관계자도 "서울에서 청년들이 중소기업 청년대출 제도로 전셋집을 구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며 "조건에 맞는 집을 찾더라도 집주인이 대출을 전제로 이미 전셋값을 올려놓은 상황이라 잔금 부담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제도로 대출을 알아보다가 맞는 주택이 없어 포기하거나, 가능한 주택을 찾아 수도권으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niki@fnnews.com 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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