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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생활 어렵다"…코로나19 타격에 50대 분신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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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따른 생활고 비관 / 대구시, 4월부터 긴급생계자금 지원

세계일보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렵습니다.” 전날 오후 3시쯤 대구시 수성구 황금네거리. 50대 남성이 인화 물질을 온몸에 끼얹었다. 이 남성의 손에는 라이터가 들려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퀵 배달 기사가 깜짝 놀라 남성의 라이터를 빼앗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남성은 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주였다. 그는 경찰에 “월세 600여만원이 밀렸다”, “가족이 아프다”라고 호소했다.

대구에서 생활고를 겪던 50대 남성이 분신 시도를 했다. 코로나19발 경기침체를 비관한 극단적 선택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대구의 경기침체는 유례없는 위기상황에 봉착했다. 지난달 17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후 경제 활동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상가는 개점휴업을 면치 못하고 있고 크고 작은 기업은 경기불황의 늪에 빠졌다. 고용불안도 전 업종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대구의 확진자는 29일을 기준으로 23명이 늘어 모두 6610명이다. 국내 전체 확진자(9583명) 중 68.9%가 대구에 주소를 둔 셈이다. 실제로 대구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지역기업 영향 조사’를 살펴보면 기업 336곳 중 76.8%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보았다고 답했다. 기업의 68.5%는 현재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나쁘게 봤다.

그러자 대구시는 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 지원책을 내놨다. 지급대상은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세대다. 다음달부터 세대원 수에 따라 정액형 선불카드와 온누리상품권을 50만원에서 90만원까지 차등 지원한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대구는 지역 경제 사정을 살핀 차별화한 지원책을 낼 수 있는 민생경제 TF팀을 꾸려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그래야 코로나19가 장기화하더라도 대응책을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지금의 지원책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슷한 긴급생계자금 지원에만 머물러 무너진 가계 경제를 되살리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내놨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활동이 마비에 가까운 대구는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지역 경제를 잘 알고 있는 각계각층 전문가로 구성한 TF팀을 만들어 민생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김중진 대구안실련 공동대표 역시 “전국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피해가 가장 극심한 곳은 바로 대구다”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소상공인은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고 있지만 지금의 대응책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차별성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확진자를 살피는 의료광역팀과 경제를 회복하는 민생활성화팀 등으로 세분화한 TF팀을 구성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구=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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