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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5G 1년. 폭풍 성장했지만, 체감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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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조 투자, 국내 가입자 500만명 돌파

세계 곳곳 5G 투자 본격화

"자주 끊기고 체감은 별로" 반응도

조선일보

SK텔레콤 홍보모델들이 서울에 위치한 한 빌딩 위에서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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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5G(5세대 이동통신)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며, 지난 1년간 인류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왔다.” (SK텔레콤)
“5G 가입했다가 해지했다. LTE에 비해 최저가 요금은 훨씬 비싼데 뭐가 나은지 체감하기 어렵다.” (5G 이용자)

오는 3일이면 한국이 세계 최초 5G(5세대) 이동통신을 상용화 서비스한 지 1년을 맞는다. 5G 이동통신은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을 키워드로 한다. 국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올해부터 본격 투자를 시작하는 고주파수 대역인 28㎓에서는 이론적으로 LTE보다 속도가 최대 20배 빠르다.

이런 5G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가상·증강현실(VR·AR)을 통해 스포츠를 볼 수 있고,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한국 통신사들은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것을 바탕으로 세계 5G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하며 지난 1년간 달려왔다.

하지만 실제 5G 사용 경험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5G망이 구석구석 깔려 있지 않아 끊김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통화 품질과 속도도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도 나온다.

◇1년간 폭풍 성장한 5G

지난 1년간 5G 시장은 폭풍 성장했다. 지난 1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는 495만8439명이다. 당초 예상보다는 늦었지만, 올 3월말에는 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 3사의 투자도 본격화됐다. 작년 한 해동안 SK텔레콤은 2조9200억원, KT 3조2568억원, LG유플러스는 2조6085억원을 5G 시설 투자에 사용했다. 이를 통해 통신 3사는 전국 21만여곳에 5G 기지국을 세웠다.

SK텔레콤은 올 3월 기준 7만4000개 정도의 5G 기지국을 구축했다. 전국 유동인구 밀집 지역과 교통 요충지,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5G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5G클러스터’를 70곳 만들었다. KT도 3월 기준 7만3012개의 5G 기지국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전역과 수도권, 6대 광역시 및 85개 주요 지역에 5G 망을 깔았다. LG유플러스도 작년말 기준 전국 85개 시 등에 7만5000개의 5G 기지국을 확보했다. 도심지역과 해수욕장, 리조트, 스키장 등에도 5G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통신 3사는 올해 5G 망을 넓히며, B2B 영역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또 양자 암호 기술을 적용한 기기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고, 전국 12곳에 5G MEC(모바일 엣지 컴퓨팅)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KT도 스마트팩토리, 커넥티드카, 실감미디어, 관광, 물류·유통, 재난관리, 공공안전 7대 영역을 중심으로 모든 산업에 5G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향후 5년간 5G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와 기술 개발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해 AR·VR 기능 중심의 서비스로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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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SRT 수서역 5G 구축 사업 모습.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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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5G 투자 본격화

5G 확대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올해 유럽연합 내 모든 국가들이 최소 1개 이상 도시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한다. 중국도 올해 약 32조원에 달하는 5G 투자를 단행하며 대규모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도 3월 27일부터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2026년에는 전 세계 5G 시장 규모가 6679억달러(약 8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가 5G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며 뛰어드는 것은 5G를 통해 산업의 틀이 바뀔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주파수 대역인 28㎓ 5G가 본격화되면 스마트팩토리, 완전한 자율주행차 등이 가능해지며 ‘진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이를 위해 국내 통신 3사는 올해부터 28㎓ 대역의 5G망을 본격적으로 깔고, 현재 LTE와 장비를 일부 공유하는 5G NSA(비단독모드)에서 5G SA(단독모드)로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통신 3사와 SK브로드밴드는 올 상반기 당초 계획했던 2조7000억원보다 50% 많은 4조원을 5G 통신 분야에 투자할 방침이다. 장민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020년부터 글로벌 5G인프라 투자는 기존의 예상보다 빠르고 큰 규모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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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는 5G 1주년을 맞아 5G 콘텐츠 수출을 본격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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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체감은 별로”

전 세계 통신업계가 5G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까진 소비자에게 와 닿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있다. 현재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 등에는 5G 기지국과 장비들이 깔렸지만 빈틈이 있어 통신이 자주 끊기는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통화가 선명하게 이어지지 않고, 지하철이나 실내 등에서 5G망을 끊기며 LTE로 자동 전환되는 경우도 많다. 통신 업계에서는 전국에 5G 망이 촘촘하게 깔리고 이용자가 끊김 없이 5G 통신을 이용하려면 3~4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오모(30)씨는 5G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5G를 이용하지 않는다. 이동 중 5G를 이용하다보면 연결이 자주 끊겨 듣고 있던 음악이나 보고 있던 동영상이 자주 멈추기 때문이다. 오씨는 “너무 불편해 아예 LTE 우선모드로 하고 다닌다”며 “LTE도 워낙 빠르기 때문에 파일을 다운로드하지 않는 이상 5G와 속도 차이를 별로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통신사가 5G를 기반으로 하는 VR·AR 등의 콘텐츠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5G로 즐길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5G 스마트폰과 요금제가 LTE보다 비싼 것도 흠이다. 현재 통신 3사의 5G 요금제의 최저 수준은 5만5000원이다. LTE 요금제의 최저 가격은 3만원대도 있다.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8만~8만9000원에 달한다. 벤처캐피탈 TBT의 임정욱 공동대표는 “5G 전용 콘텐츠를 적극 찾아본 것도 아닌데 한 달에 최소 6만~7만원이 나왔다”며 “세컨드폰으로 5G가 어떤지 써보다가 LTE와 아무 차이가 없길래 6개월만에 한 달에 7000원 수준의 알뜰요금제로 바꿨다”고 했다.

통신업계에서는 올해 5G 시장이 예상보다 쪼그라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 세계로 퍼지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5G 통신망 구축이 늦어지고 5G 폰 판매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초 올 하반기 첫 5G 폰을 출시할 예정이던 애플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출시 시기를 수개월 늦출 수도 있다는 소식도 악재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5G 폰 스마트폰 출하량을 1억9000만대로 예상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보다 낮은 1억대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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