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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중저가 작품만 인기…봄 경매 `반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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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운영 동파선생적벽유도. [사진 제공 = 서울옥션]


지난 24일 서울옥션 강남센터 경매장에서 작자미상 고미술품 '해산선학도'가 경매가 500만원에 시작해 치열한 경합 끝에 11배가 넘는 금액인 5800만원에 낙찰됐다. 백련 지운영(1852~1935)의 수묵 채색화 '동파선생적벽유도'도 시작가 200만원의 5배가 넘는 낙찰가인 115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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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선학도. [사진 제공 = 서울옥션]


수백만~수천원대 중저가 작품은 잘 팔린 반면에 수억원대 고가 미술품의 경매 성적은 저조했다. 이번 경매 최고가 출품작이었던 쿠사마 야요이(91) 그림 '인피니티 네트'는 경합없이 시작가 14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한국 추상화 거장인 이우환(84) '바람'과 '조응' 역시 경합 없이 시작가 1억원대에 새 주인을 찾았다. 서울옥션이 집중 조명한 '물방울 작가' 김창열(91) 작품 5점 중 4점은 팔리지 않았다. 그 결과 추정가 100억원 규모 미술품 127점을 출품한 이번 경매 낙찰률은 60%로 낙찰총액은 50억원에 그쳤다.

불황과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 강화, 코로나19 공포 등 각종 악재가 겹쳐 고액 자산가 컬렉터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수억원대 고가 미술품 거래가 주춤하고 중저가 작품 판매만 활기를 띄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경매 시장에서 6000만원 이하 낙찰작은 8063점으로 전체 98%나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지난 25일 열린 케이옥션 3월 경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프랑스 화가 샤를 카무앙(1879~1965)의 1962년 그림 'Opened Window in a Dining Room in Saint-Tropez(생트로페 식당 안에 열려진 창문) No. 3'이 경합 끝에 시작가 1000만원의 4배인 4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의 서예 '인재제일'은 시작가 2000만원의 2배인 40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에 이번 경매 최고가 출품작인 박서보(89)의 1978년 '묘법 No. 10-78 '과 이우환의 1987년작 '바람과 함께'는 각각 경합없이 시작가 9억원에 낙찰됐다. 중저가 작품만 잘 팔려서 추정가 100억원 규모 미술품 175점을 내놓은 이번 경매 낙찰률은 67%, 낙찰총액은 54억원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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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카무앙 작품. [사진 제공 = 케이옥션]


한해를 가늠하는 봄 경매가 '반타작'으로 끝나면서 올해 전체 미술 시장 전망도 암울해졌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00억원대 규모를 유지하던 국내 화랑 작품 판매금액은 2018년 처음으로 1900억원대로 주저앉은데다가 미술품 경매사 낙찰총액도 지난해 1543억원을 기록해 전년 2001억원보다 23%나 줄어들면서 미술 시장이 위기에 봉착해 있다.

전문가들은 추락하고 있는 미술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양도차익 과세 강화를 유예하고 세제 혜택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미술 시장 규모는 4482억원(2018년 예술경영지원센터 집계)으로 세계 미술시장 74조3000억원의 0.6%에 불과하다. 한국화랑협회는 코로나19타격으로 전시와 아트페어가 줄취소되면서 한 화랑당 평균 피해액이 3000만~40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국화랑협회는 "법인의 미술품 구입비를 손비로 인정해주는 한도를 현행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고 동시에 개인사업자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줘서 기업의 미술품 구입을 독려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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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사가 아크릴 가림막 속에서 진행한 케이옥션 3월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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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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