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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착한 임대인`되라더니…지자체는 왜 착해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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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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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착한 임대인' 운동을 주도하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나 공기업이 운영하는 시설은 임차료 인하에 동참하지 않는 곳이 많아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영화계에 따르면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 직영점이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 건물에 임차인으로 들어가 임차료 할인 혜택을 받은 사례는 전무하다. 반면 이들 멀티플렉스 기업은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대다수 임차인에게 임차료를 깎아주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착한 임대인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정작 캠페인을 외면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롯데시네마는 인천시청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도 광주시청과 계약을 맺고 광주터미널에도 직영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착한 임대인 운동이 시작된 지 한 달가량 된 현시점까지 두 직영점은 인천시와 경기도 광주시 측에서 임차료 할인에 대한 어떤 안내도 받지 못했다. 두 직영점 임차료는 합쳐서 연간 10억원 수준이다.

CGV는 부산 홈플러스아시아드에 직영점 아시아드점을 두고 있다. 부산아시아드를 소유한 부산시가 홈플러스에 공간을 임대하고, 홈플러스와 CGV가 다시 임대차 계약을 맺은 형태다. 부산시가 홈플러스에 임차료 인하 혜택을 주지 않고 있어 CGV 또한 홈플러스가 임차료를 인하해주길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서울시 소유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자리한 메가박스 상암도 임차료 감면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경기장에 메가박스가 들어서 있는 자리는 과거 CGV가 입점해 있을 당시 임차료가 연간 3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관계자는 "기존엔 서울시 조례상 공유재산에 대한 임대료 감면이 불가능했다"며 "최근 조례 개정을 통해 감염병 심각 단계 시 임대료 인하가 가능토록 했다. 오는 5월 14일 임차료 감면 심의회를 통해 감면 대상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화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에 속한다. 밀폐된 공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며 영화관 방문객이 급감했다. 급기야 지난 26일 CGV와 메가박스는 직영점 20~30%에 대해 영업 정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전체 극장 중 97%를 멀티플렉스 3사가 소유하고 있는 구조로 인해 '대기업 비즈니스'라는 인식이 뿌리 깊어 각종 지원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지난 27일 CGV,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 운영사 대표가 문체부와 긴급 회동을 가진 이유다. 이들 대표는 "극장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며 금융 지원과 고용유지지원금을 요청했고, 영화발전기금 부과금(티켓 가격 3%)을 면제해달라고 했다.

이에 앞서 프로듀서·감독조합 등 영화계 각 구성원이 코로나대책영화인연대회라는 이름으로 모여 성명을 내고 "영화관의 매출 감소는 곧 영화산업 전체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서도 매출 부진을 호소하고 있는 면세점, 외식업체 등이 공공기관에 임대료 감면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이 입점해 있는 인천·김포·김해국제공항이다. 한 대기업 면세점은 3월 둘째주 공항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수준으로 감소했다. 국내외에서 잇단 출입국 제한 조치들이 내려지면서 공항 이용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 면세점 업체가 한 달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에 지불하는 임대료는 최대 350억원 수준이다.

입점 업체들은 공항공사 측에 수차례 임대료 인하를 건의했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답보 상태다. 면세점을 비롯해 SPC·롯데GRS·CJ푸드빌·CJ올리브영·편의점 등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유통업체들은 지난 12일부터 이어진 두 차례 간담회를 통해 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 김포·김해 등 타 공항 면세점에서도 임대료 감면에 대한 대화를 나눴으나 공사 측은 "대기업 지원에 대한 방안도 마련 중"이라는 답변만 거듭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공항산업 관련 업체에 대해 사용료 감면(254억원) 및 납부 유예(4710억원) 조치에 들어갔다"며 "입점 업체 영업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임대료 감면도 추진한다"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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