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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김종인 등판한 날, "개헌" 들고나온 안철수…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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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구 의료봉사 후 자택 격리를 마치고 처음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자리에서 개헌 주장을 내놨다. 이날은 미래통합당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첫 등판한 날이기도 하다.

안 대표는 29일 회견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하면서 국가의 책임과 역할, 그리고 정치의 진정한 설 자리에 대해 숙고했다"며 "21대 국회를 개원하면 '헌법개정 특위'를 구성해 국민의 권리를 강화하고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명시하는 헌법 개정에 돌입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그 배경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명시하고 있지만 국가의 책임과 역할은 명시하고 있지 않다", "국민의 권리강화를 위해 생명권과 안전권을 신설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웠지만 이 제안이 본질적으로 정치권력 구조에 대한 질문임을 숨기지는 않았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권력구조가 중심이 된 헌법 개정 논의가 아니라 권력의 책임, 국가의 책임과 역할, 그리고 국민의 권리를 강화하는 의제를 중심으로 헌법 개정 논의를 한다면 어떤 권력구조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제대로 복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국민여론도 자연스럽게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자가 격리 중 숙고'했다는 다른 제안들의 내용은 △국회에 '정치문화 개선 특위'와 '미래전략특위' 설치 △정당 대표 회동 정례화 △국민 대표와 의원 간 대화 행사 개최 △총선 릴레이 TV 토론 제안 등으로, 그가 정계 입문 후에 늘상 해오던 주장이었다.

그가 돌연 '개헌'을 언급한 배경과 관련, 이날부터 통합당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직무를 시작한 김종인 위원장과의 과거 협력 사례가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내각제로의 분권형 개헌이 국가·정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었다. 김 위원장은 과거 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에도 개헌을 주장했다. 즉 개헌론은 그의 지론인 셈이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은 '반(反)문재인' 전선에 함께 선 전력이 있다. 두 사람은 대선 9일 전이었던 그해 4월 30일 '대통령 임기 3년 단축' 방안에 합의했다. 안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김 위원장이 정부 구성 전권을 갖는다는 내용으로 '개혁 공동정부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회견에서 "개혁 공동정부는 2018년 중으로 헌법 개정을 완료하고, 2020년 제7공화국을 출범시킬 것"이라며 "개혁 공동정부는 모든 '반패권' 세력을 포괄해 구성될 것이며 정치·경제·사회 개혁 조치를 신속히 완수할 것"이라고 했었다.

때문에 자가격리에서 풀려나 정치 일선으로 복귀한 안 후보가 이날 돌연 개헌을 들고 나온 것은 김 위원장에 대한 모종의 '사인'이 아니겠냐는 풀이가 나올 법하다. 당장 총선에서는 김 위원장은 통합당 지역구 선거를 총괄해야 하고 안 대표는 국민의당 비례대표 선거를 챙겨야 하니 접점이 없지만, 총선 이후 보수진영 정계 개편을 염두에 두면 두 사람의 합작이 불가능하지 않다. 보수 정치권이라는 공간에서, 황교안 대표로 대표되는 친황계 및 구 친박계라는 공동의 적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총괄선대위원장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회 의석 과반 정당을 만들어서 6월 개원국회 개시 1개월 내에 코로나 비상경제 대책을 완결해 제시하겠다"거나 "많은 분이 통합당을 '어쩔 수 없이 지지한다'고 하면서 흡족해하지 않는 거 안다. 제가 책임지고 포용하는 정당으로 바꾸겠다"고 하는 등 총선 이후에도 자신의 역할이 있음을 암시했다. 선거 지휘만 마치고 내려가는 '원 포인트 등판'이 아니라, 총선 이후에도 당의 체질을 바꾸고 경제위기 대책을 마련하는 등 지속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겠다는 얘기였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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