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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美·中, 확산 책임론 다툼 지구촌 방역 공조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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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코로나 폭증 각자도생 / WHO·G7·G20 제 역할 못해 / 백신 개발·의료 협력 지지부진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 기지에서 병원선 USNS 컴포트의 출항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노퍽 AP=연합뉴스


코로나19가 국경 없이 지구촌 전체로 확산하고 있으나 국제적인 방역 대응체제는 실종 상태다.

한때 세계 지도국가를 자임했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으로 인해 고립주의에 빠져 있다. 확진자가 12만명을 넘어 세계 1위의 불명예를 안았는데도 중국과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놓고 감정싸움이나 하는 중이다. 유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세계보건기구(WHO), G7(서방선진 7개국), G20(주요 20개국) 등 협의체도 유명무실하다. 유럽 지역에선 전 세계 70%를 점할 만큼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으나 유럽연합(EU)은 공동 대응책을 내놓고 공조하기보다는 회원국 간 불협화음만 드러내고 있다. 국제적인 협력·대응 시스템 부재 상태에서 각자도생에 혈안돼 있는 게 세계 각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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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의료진이 23일(현지시간) 동부 뮐루즈의 한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뮐루즈=AP연합뉴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은 28일(현지시간) 글로벌 협력 체제가 없어 코로나19 의학정보 교환이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의료장비 수출입 협력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각국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같은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 지도자들이 세계 주요국에 포진해 있는 것도 국제협력을 막는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G2인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정학적인 헤게모니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5일 G7 외교장관 화상회의에서 성명에 ‘우한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넣으려는 바람에 공동성명이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한 가운데 그다음 날 열린 G20 화상 정상회의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바이러스 명칭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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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부 피아첸차의 한 화장장에서 2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 담긴 관들이 화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피아첸차=AP연합뉴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굴기’를 더 억누르려고 하고, 중국은 의약품 원조 등을 통해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중국은 사태 초기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의 파견을 거부했고, 사실 은폐에 급급했다. G20은 화상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경제를 살리기 위해 5조달러를 투입하고 백신 개발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으나, 미국은 어느 정도 기여할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과 서유럽 국가 간 갈등도 표면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유럽 국가 주민들의 미국 입국 금지 결정을 발표하면서 EU에 미리 알려주지 않아 서유럽 국가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이탈리아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은 스페인은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진단 키트, 인공호흡기, 의료보호장비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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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나폴리 거리에서 이탈리아 국기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로 표현한 대형 포스터 앞으로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나폴리 AFP=연합뉴스


‘세계의 보건정부’ 기치로 설립된 WHO는 중국과 일본을 두둔하는 편향적인 태도로 연일 비판받다가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사퇴 청원까지 받는 등 신뢰가 추락했다.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구속력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엔 안보리는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갈등으로 인해 뒷전에 밀려나 있다. EU에서도 27개 회원국이 26일 화상 정상회의를 개최했으나 6시간 동안 논쟁만 하다가 단합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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