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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12만명 넘어선 美 확진자… 사망자 이틀새 1000명 늘어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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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2만4686명 감염·2191명 사망 / 환자수도 사흘 동안 2만명씩 증가 / 뉴저지 등 3개 州엔 ‘여행 자제령’ / 환자 1000명 이상 17개 州로 늘어 / 뉴욕州 사망자 90% 집중 / 뉴욕시 치안공백까지 우려 전쟁터 방불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12만5000명에 육박한 가운데 환자가 폭증한 뉴욕·뉴저지·코네티컷 등 3개주(州) 주민들에게 ‘미국 내 여행 자제’ 경보가 발령됐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해외 여행뿐 아니라 국내 여행까지 제한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8일(현지시간)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주민들에게 14일 동안 꼭 필요하지 않은 국내 여행 자제를 촉구한다”며 “이는 즉각 발효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럭 수송, 공중보건, 금융 서비스, 식량 공급 등 주요 인프라 산업 종사자는 제외된다.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 기지에서 병원선 USNS 컴포트의 출항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해군 병원선은 뉴욕항에 배치돼 현지 병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노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노퍽 AP=연합뉴스


CDC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CDC는 일반적으로 미국 내 여행에 대한 경보나 제한을 발령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코로나19가 많은 주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지역사회 전파를 경험하고 있다. 공항처럼 붐비는 여행 관련 장소는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주에 대해 “강제 격리를 고려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엄포를 놨다가, 해당 지역 정치인들이 강력 반발하자 트위터를 통해 “(강제)격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철회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29일 오전 9시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는 12만4686명, 사망자는 2191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환자는 최근 사흘 동안 매일 2만명가량씩 증가했고, 사망자는 이틀 만에 두 배가 됐다. 특히 지난 1월 21일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뒤 1만명이 될 때까지 약 두 달이 걸렸지만, 1만명에서 10만명으로 불어나는 데 불과 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카고에서는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유아가 숨졌다.

자택 대피령을 내린 주가 24개로 늘면서 2억2500만명의 발이 묶였다. 테네시와 인디애나주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환자 1000명을 넘긴 주는 17곳으로 늘었다. 미시간과 매사추세츠주 등 15개주가 중대 재난지역을 선포했다.

최대 확산지인 뉴욕주 환자는 하루 새 7000명 이상 급증해 5만3520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834명이다. 이에 플로리다와 텍사스, 메릴랜드, 사우스캐롤라이나, 매사추세츠, 웨스트버지니아, 로드아일랜드주 등은 뉴욕주에서 들어오는 여행객을 상대로 14일간 의무격리 명령을 발동했다.

세계일보

미국 뉴욕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급증에 대비해 준비하는 임시 영안실 현장에 25일(현지시간) 냉동 트레일러 여러 대가 일렬로 주차하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특히 로드아일랜드주는 전날부터 주 방위군을 동원해 뉴욕주 번호판을 단 차량을 세워 운전자에게 의무 격리 방침을 통보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헌이자 위법적 조치”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맞섰다. 뉴욕주는 4월28일 열릴 예정인 대선 경선을 6월23일로 연기했다.

뉴욕주 사망자의 90%가량이 집중된 뉴욕시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부분의 병상이 가득 찼지만 신규환자 발생의 정점이 오기까지 아직 2∼3주 남았다면서 “조만간 의료진이 누구에게 살 기회를 줄지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공호흡기 부족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찰관과 소방관 등이 집단감염되면서 치안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경찰서(NYPD)에서는 경찰관 등 최소 51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뉴욕소방서에도 소방관과 응급의료 요원, 일반 직원 등 최소 206명이 양성 진단을 받았다. 응급의료서비스(EMS)를 위한 911 전화는 역대 최다인 하루 7000건 이상 집중됐는데, 일주일 만에 3배로 폭증했다. 코로나19 환자인 아내 곁을 지키지 못하고 업무에 나섰다가 결국 사별한 EMS 종사자의 안타까운 사연도 소개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의 인공호흡기 부족 문제를 둘러싼 호소가 이어지자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인공호흡기를 생산하도록 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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