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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제주여행 모녀 두둔 강남구청장…“유학생 개인 변호사냐” 거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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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피해자’ 발언 SNS서 논란 / 파면 청원 올라왔다 삭제되기도 / 제주도 “역학조사 책임 區에 있다” / 구청장 “국민에 심려 끼쳐 죄송”

세계일보

“다른 지역 확진자가 강남 클럽 가서 전염시켜 강남구 아수라장 만들어도 가만히 있을 겁니까?”

제주에서 닷새간 여행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모녀를 ‘선의의 피해자’로 규정한 정순균(69·사진) 강남구청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강남구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난 이틀간 1400여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구청장인지, 변호사인지 모를 행보를 보이면 어쩌자는 것이냐?” “구청장은 제주도민과 강남구민에게 즉각 사과하라” “강남구는 대한민국에서 분할 독립하라”는 내용의 격앙된 의견들이다.

정 구청장은 지난 27일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귀국 후 닷새(지난 20∼24일)간 제주 여행을 다녀온 강남구 거주 미국 유학생 모녀에 대한 추가 역학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기분전환을 위해 이들 모녀는 당초 21일부터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유행으로 항공편이 취소되면서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며 “이들 모녀도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5일 입국한 모녀는 유럽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가 진행(22일)되기 전 제주 여행길에 올랐다며 “현재 비난과 제주도 손배소 제기 등은 모녀가 겪은 상황이나 제주도에서의 상황에 대한 오해나 이해 부족에 따른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일보

지난 25일 오후 제주 여행 후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A씨(19·여)가 묵은 제주시 회천동 한화리조트에서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한화리조트 제공


정 구청장이 모녀의 제주 입도 당시 증상이 없었다고 한 데 대해 배종면 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이날 “미국 유학생 A씨가 지난 20일 증상이 발현했다는 사실은 제주도가 새로 알아낸 것이 아니라 강남구청이 알아내 결정된 것임을 분명히 하겠다”며 “A씨는 강남구 확진자로 역학조사의 책임도 강남구에 있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서는 상황에서 정 구청장의 감싸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우리가 왜 그 유학생이 강도 높은 수업으로 힘들어서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다가 제주도에 갔다는 쓸데없는 개인적인 얘기까지 들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구민도 아닌 미국 국적의 사람을 옹호하고 입장을 대변해주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받았다”고 꼬집었다. ‘구청장 임무 중 하나는 구민의 어려움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며 옹호 글도 있지만 극소수에 그친다. 정 구청장 발언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정순균 강남구청장의 파면을 청원합니다’는 청원이 올라왔다가 삭제되기도 했다.

정 구청장은 이날 오후 “저의 발언이 진의와 전혀 다르게 논란이 되고, 코로나19 확산방지에 함께하고 고생하고 계시는 제주도민을 비롯한 국민과 강남구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심기일전해서 강남구민들의 건강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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