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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국공립대 교수·조교 ‘법외노조’의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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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첫 연석회의…통폐합·교육 공공성 약화 공동대응 논의

교수노조는 모레 설립 신고 추진…조교노조는 위헌제청 신청

“초임 교수들은 연구와 교육에 몰두할 수 있을 줄 알고 학교에 들어오지만, 실제로는 때마다 돌아오는 평가를 앞두고 실적과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남중웅 전국국공립대학 교수노조 위원장)

“1년 단위로 재임용 심사를 받아야 하는 조교는 고용과 지위 모두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박형도 전국국공립대학 조교노조 위원장)

국공립대학교 교수노조와 조교노조의 대표자가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철도·사회산업노조 사무실에서 첫 연석회의를 진행했다. 두 노조 모두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법외노조’들이다. 이미 이들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사법적·행정적 판단들이 나와 있는 상황이지만, 21대 총선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관련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 노조의 상황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전국국공립대학 교수노조의 경우 지난해 10월 출범한 이래 이달 31일을 줄곧 주시해왔다. 오는 31일이 헌법재판소가 정한 기존 교원노조법의 개정 시한이기 때문이다. 헌재는 2018년 8월 초·중·고등학교 교원에 대해서만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대학교수의 노조 가입은 불허한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대학교수의 단결권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제한해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헌재의 결정 이후 이제까지 모두 5건의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지난달 단 한 차례 논의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쟁점이 있다. 오늘 이것 결론 안 난다”(미래통합당 임이자 의원)는 한마디가 논의의 전부였다.

사실상 이달 안의 법 개정을 기대하긴 어려워졌지만 교수노조는 일단 31일까지 지켜보고 다음달 1일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을 신고할 계획이다. 남중웅 교수노조 위원장은 “만약 정부가 설립 신고를 반려한다면 헌법에 위배되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국회 역시 헌법을 위반하고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국공립대학 조교노조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더 열악하다. 일반 노조법이 적용돼 노조할 권리가 보장되는 사립대학 조교와 달리, 국공립대학의 조교는 특정직공무원으로 분류돼 공무원노조법의 적용을 받는다. 문제는 공무원노조법이 외무행정·외교정보 관련 특정직공무원에 대해서만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공립대 조교의 노조 가입을 법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기보다는 법 체계가 이들의 존재를 ‘깜빡’한 것에 가깝다. 지난해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조교의 노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공무원노조법을 만들 때 (조교를 빠뜨린) 입법 누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등이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심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출범한 국공립대 조교노조는 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3일 만에 반려됐다. 조교노조는 지난 27일 국공립대 조교의 노조 가입을 불허하는 공무원노조법이 위헌이라며 헌재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냈다.

두 노조 모두 법적으로 인정받는 노조를 만드는 것이 본질적 목적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통폐합, 대학교육 공공성 약화 등은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공동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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