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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 수익률·책임투자 ‘두 토끼’ 잡아야 [마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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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칼 사내이사 선임 찬성 / 한진家 ‘남매의 난’ 캐스팅보트 역할 / 사회적 책임 투자 충족 고민 깊어져

국민연금의 설립 취지는 높은 운용 수익을 통한 사회보장제도 확립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책임도 따르고 있다. 과거에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에 개입하는 것을 금기시했으나, 최근 들어 기업의 건전성을 도모하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스튜어드십코드)의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자산을 제외한 전 자산군에 환경·사회·지배구조(이하 ESG) 책임투자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선임에 찬성한 것은 올해 스튜어드십코드의 진면목이었다.

29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6일 회의에서 한진칼, 대한한공, KT&G 주주총회 안건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하고,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선임에 찬성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한진칼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져 파란을 일으켰다.

조 전 회장 사후 지난 연말부터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이에 ‘남매의 난’이 벌어지자 한진칼의 주주들은 각자의 손익계산에 따라 둘 중 한 명을 선택했다. 특히 지난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주목을 받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조 전 부사장 측에 가담하면서 남매 대결 구도가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조원태 회장 측 지분 37.49%, 조현아 전 부사장 지분 28.78%의 박빙세. 여기에 2.9%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매의 난은 사실상 끝났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는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5%룰’로 불리는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주식 등의 대량보고·공시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하면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과 연기금 수익률 제고는 서로 충돌할 수 있다. 일례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5년간 국민연금공단의 일본 전범 기업 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2014년부터 5년간 투자 평가액은 5조6600억원이었다. 이 중 10만명 이상의 한국인을 강제 동원해 2018년 10월 대법원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확정 판결을 내린 미쓰비시중공업 등 미쓰비시 계열사에 875억원이 투자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입장에선 수익률은 확보될 수 있지만 책임투자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설립 이후 국민연금은 수익률에 우선한 기금 운용을 결정한 만큼 국민연금 본연의 목적과 기존의 관성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기금의 운용 수익률 제고와 동시에 사회적 책임투자를 충족하는 ‘두 마리 토끼’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평이다.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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