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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비즈 칼럼] ‘코로나 탈출구’ 숲속의 도시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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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수천 북부지방산림청장


예로부터 마을 숲은 무성한 녹음을 통해 주민들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공동의 쉼터로 활용됐다. 지신밟기·그네·씨름 같은 놀이의 공간이기도 했다. 이런 마을 숲은 ‘보기 위한 숲’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한 숲’이었다. 숲속의 마을에서 살던 많은 사람이 급속한 산업화 시대를 지나며 도시로 이주해 왔다. 지금은 국내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도심지 내 생활환경은 미세먼지, 자동차 소음, 도시 열섬 현상 등으로 어느 때보다 나빠졌다.

도시환경 문제에 대응하고 도시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도시 숲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 숲은 여름 한낮 평균 기온을 3~7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도로변에 조성한 침엽수림은 자동차 소음을 약 75%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나무 47그루는 경유차 한 대가 1년 동안 내뿜는 미세먼지를 흡수할 수 있다. 아름답게 우거진 도시 숲은 시민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휴식과 산책을 즐기는 여유로운 공간이 돼 준다.

꾸준한 도시녹화 운동으로 생활권 내 1인당 도시림 면적(10.07㎡)은 증가했다. 하지만 특별·광역시는 1인당 7.1㎡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9㎡)에 미달한다. 런던(27㎡)·뉴욕(23㎡)·파리(13㎡) 등 선진국 대도시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인 도시 숲과 공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산림청은 ‘도시에 숲을 조성’하는 것에서 ‘숲속의 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도시 숲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2018년 7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숲속의 대한민국’ 만들기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도시 내·외곽으로는 바람길 숲을 만들어 도시 공기순환을 유도한다. 산업단지 주변에는 미세먼지 차단 숲을 조성해 주거지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건물정원·실내정원과 학교 명상 숲 등 생활 주변의 녹색 공간을 확충해 일상 어디서나 누리는 숲속의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시민들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도시 숲과 공원이 된 듯하다. 우리는 지금 다양한 문제를 가득 안고 있는 복잡한 도시에 살고 있다. 하지만 숲속의 마을에서 쉬고 놀며 공동체 생활을 영위했던 유전자는 모두에게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시민들이 일상 안팎에서 숲을 접할 수 있는 숲속의 도시를 만들어 생태적 감수성과 공동체의 행복을 회복해 나가야겠다.

최수천 북부지방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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