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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탈리아를 이웃으로 둔 죄? 스위스 인구당 확진 세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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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3분의 1이 접경지서 발생

의료 등 외국 근로자에 의존 심해

스키시즌 관광객, 거리두기 실패

미국 12만 확진, 스페인 출근금지

알프스의 청정국 스위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 규모당 확진자로 보면 스위스는 이탈리아, 스페인과 함께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나라다. 27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인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은 스위스에서 인구 규모당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고 전했고, 29일 오후 스위스가 인구 백만명당 확진자 2115명으로 스페인(1590명), 이탈리아(1464명)를 앞섰다(구글 추산). 이는 도시국가 등은 제외한 순위다. 월드오메터스 등 집계 사이트에 따라선 스위스와 스페인의 순위가 바뀌기도 하지만 만년설의 나라 스위스는 이미 지난 16일부터 식료품점·약국을 제외한 모든 상점·식당·술집이 문을 닫은 ‘비상사태’ 상태다. 서울시 인구보다 적은 이 나라에서 한국보다 더 많은 확진자(1만4000여명)·사망자(280여명)가 발생했다. 쟝-피에르 단티네 전 스위스 은행 부총재가 “스위스 경제에 두 달 간 400억∼500억 프랑(50조∼63조원)의 피해를 줄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

스위스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는 이유로 거론되는 게 이탈리아와의 지리적 인접성이다. 스위스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코로나19가 휩쓸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와 국경을 맞댄 티치노주다. 현지 매체 더 로컬에 따르면 스위스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한 이곳에서 25일(현지시간)까지 스위스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 이상(53명)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스위스 당국은 바이러스 확산 초기 단계에서 국경 통제를 주저했다. “스위스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국경을 넘어오는 근로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다.(더 로컬) 이탈리아 북부에서 매일 티치노주로 국경을 건너오는 근로자들이 6만8000여명이다. 이들 중 4000여명이 의료기관 종사자라고 한다. 여기에 스키 시즌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뒤로 밀렸다고 더 로컬은 전했다.

결국 스위스 정부는 더욱 엄격한 조치롤 잇따라 꺼내 들었다. 지난 11일 이탈리아 북부와 맞닿은 국경 지역 11곳을 폐쇄한 데 이어 18일에도 국경 지역을 추가로 닫았다. NZZ에 따르면 현재 국경을 통한 입국은 스위스 국민 및 거주권자만 가능해졌고, 다른 나라의 근로자들은 허가증이 있을 경우에만 넘어올 수 있다.

이탈리아는 사망자 1만명을 넘기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확진자가 8만명에 육박하는 스페인에선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비필수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29일부터 2주간 ‘출근 금지’를 명령했다. 미국에선 하루만에 확진자가 2만명 가량 늘며 28일(현지시간) 확진자 12만명을 넘어 최다 확진자 발생국이 됐다.

채병건 국제외교안보에디터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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