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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설] 모든 해외 입국자 2주 의무격리, 너무 늦은 대책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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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모범” 자랑할 때 해외 유입 확진 늘어

더 철저히 안 막으면 ‘사회적 거리 두기’ 물거품

해외 차단과 지역감염 차단 반드시 병행해야

정부가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확진자는 계속 늘고 있다. 총선을 의식한 때문인지 청와대는 “세계적 모범”과 “방역 성공”을 자랑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직은 방심할 때가 아니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22일 “정부의 방역을 방해하고 공동체에 위해를 끼치는 행위에 더는 관용이 있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사실 대다수 국민은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신과 가족,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확진자가 계속 나오니 불편과 고통을 감내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한 국민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정부의 초기 중국발 유입 차단 실패로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광범위하게 퍼졌기 때문이다.

둘째, 해외 유입 확진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오죽했으면 대한감염학회 백경란 이사장이 “의료진이 지쳐 외국인을 치료할 여력이 없다”며 “이제라도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 달라”고 호소했겠나.

실제로 중국에 이어 코로나19의 새로운 온상이 된 유럽과 미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 중에 확진자가 많다. 영국인과 독일인이 확진 상태에서 곳곳을 활보한 사실이 드러났을 정도로 당국의 외국인 관리에 구멍이 드러났다.

미국에서 들어온 유학생 모녀가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제주 여행을 다녀왔는데도 서울 강남구청장은 “선의의 피해자”라고 두둔해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우리 국민이라도 외국에 다녀오면 방역 지침을 따라야 한다.

전문가들의 충고대로 유입 차단과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철저히 병행해야 실질적 방역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말하자면 사태를 키운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법적 처벌 카드까지 빼들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국외 유입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으면 그동안 쌓은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얘기다.

나라 대문을 사실상 열어 둔 방역 대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마치 열여덟 번 대책을 내놓고도 실패한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닮았다. 서울 강남 집값만 잡으려다 ‘풍선 효과’를 유발해 강북과 수도권 집값 폭등 도미노를 초래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뒤늦게 정 총리는 어제 “4월 1일부터 모든 입국자를 2주간 의무격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주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할 때 동시에 추진했어야 할 조치를 1주일 뒤에 하니 뒷북이란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이번 대책은 기존보다는 강화됐지만, 입국 금지가 아닌 2주 의무격리여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

중국 정부가 기습적으로 28일 0시부터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발동해도 한국 외교부는 구두 항의만 했다. 일본에 대해 단호하게 취했던 외교부의 비자 상호주의는 슬그머니 실종됐다.

국내든, 국외든 정부의 원칙 없는 대응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본다. 중국은 무역 목적 등의 입국자는 비자를 신청하라고 했지만, 우리 정부가 중간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으면 기업 비즈니스는 당장 큰 타격이 우려된다.

이제 확진자가 1만 명 선에 육박하고 있다. 뒷북 아닌 강력한 선제 대응, 오락가락 아닌 일관된 방역 원칙 유지를 정부에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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