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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전영기의 시시각각] 2020년 총선 승자는 누구인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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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구원투수 등판한 김종인

코로나 대책 발표로 실력 보여줘

여권에 기운 판세 뒤집을 지 주목

중앙일보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종인이 미래통합당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는 선대위원장을 맡자마자 “문재인 정권, 자화자찬하지 말라. 코로나는 국민의 힘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제일성을 날렸다. 변죽을 울리지 않고 상대의 중심을 바로 건드리는 화법이다. 문 대통령은 입만 열면 전 세계가 한국을 부러워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문 정권 사람들이 실제로 한 일은 모기장을 열어놓은 것 말곤 기억나는 게 없다. 한국인의 경이로운 코로나 대응 기술은 수십 년 축적의 결과다. 전 국민을 종횡으로 엮어 값싸고 질좋은 서비스를 공급하는 공공 의료보험 체제가 완비된 덕이다.

흥미롭게도 공공 의료보험의 첫단추인 직장보험은 1977년 박정희 대통령이 김종인 서강대 교수한테 입안을 부탁해 처음 시행됐다. 두 번째 단추인 지역보험도 1989년 노태우 대통령 때 김종인 보건사회부 장관에 의해 마련됐다. 세계적 자랑거리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방어 인프라들이 전부 보수정권에서 김종인의 손을 거쳤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향해 “자화자찬하지 말라”고 무임승차를 지적한 배경이다.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 4년 전 김종인은 문재인 대표의 요청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김종인은 운동권 패권주의자의 본보기로 이해찬, 정청래, 강기정 등을 공천 탈락시켰다. 문 대표는 숨만 죽이고 있었다. 북한의 김정은을 향해선 “소련이 핵이 없어서 망했나. 북한은 궤멸할 것”이라고 했다. 김대중, 노무현 이래 친북 정당의 성역을 김종인처럼 쑤신 사람은 없었다. 그의 대담한 언행을 유권자들은 환호했다. 친문 정당의 극단성에 진저리를 치던 많은 사람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김종인의 민주당 노선은 ‘정치는 보수, 경제는 진보’로 요약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가면서 과감하게 펼친 경제·복지 공약이 중도 유권자층을 결집시켰다. 2016년 총선의 사령탑인 김종인은 모든 과정에 관여한 만큼 민주당의 허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을 터다.

그랬던 김종인이 2020년 총선에선 민주당의 반대편에 섰다. 그의 철새 행각을 비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냉정하게 따져 보면 4년 사이 김종인의 시국관과 실용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김종인을 쫓아내고 대통령 권력을 쥔 민주당이 변했다. 친문 극단으로 다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자아도취와 과대망상이 혼재한(진중권씨의 표현) 조국수호당으로 질적 변형이 가해졌다. 나라는 문 정권의 국민 분열 정책으로 취약해졌다. 김종인을 통합당 쪽으로 돌려세운 것은 “집권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속죄의 심정이었다. 김종인을 초청한 통합당과 지지층은 김종인을 반전의 불쏘시개로 삼을 만하다.

어제 코로나 비상경제 대책 발표에서 김종인은 바이러스 때문에 “세계사가 멈췄다”는 표현을 썼다. 코로나 사태를 전제하지 않고 짠 2020년도 예산 중 집행 불가능한 항목은 수도 없이 많다. 이로 인해 발생할 연말의 예산 불용액은 20%, 100조원으로 추산된다. 김종인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국회를 바로 열어 예산안의 재구성, 즉 항목 변경안을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이로 인해 재정의 추가 투입 없이 100조원의 코로나 대책 자금이 조성된다는 계산이다. 그의 대책엔 상상력과 정교함, 실천성 3박자가 살아 있다. 김종인은 세계사를 바꾼 코로나 상황에서 현금 대량 살포를 반대하지 않는다. 이 정부의 권력자들과 다른 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 부담을 지우지 않는 실질적 재원 마련의 묘수를 갖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김종인의 묘수대로 100조원을 확보해 근로자 임금 보존용 등으로 국민에게 뿌리면 될 것이다.

김종인의 경험에 따르면 선거 민심은 투표 2주일 전에야 형성된다. 그의 감각에 따르면 현재 중도·무당파층은 유권자의 40%다.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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