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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오래 전 ‘이날’]30년 전, 라디오의 인기가 되살아 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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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경향신문

‘마이카 시대’를 맞이하면서라디오방송이 청취층을 넓혀가고 있다. (사진은 MBC AM의「라디오 삼국지」녹음장면). 경향신문 자료사진. 1987년.


■1990년 3월30일 손수운전 급증·오디오 문화 개성화

‘Video killed the radio star(비디오가 라디오스타를 죽였어)’

1979년 영국의 2인조 그룹 버글스가 발표한 이 노래, 많이들 알고 계시죠?

1970년대 후반, 컬러TV는 등장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미국에선 1981년 MTV가 개국해 DJ(디스크자키) 대신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VJ(비디오자키)가 각광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라디오의 인기가 하락하며 위기를 맞게 되죠. TV에게 왕좌를 내준 라디오의 몰락은 예견된 수순인듯 했습니다.

하지만 내리막인줄만 알았던 라디오의 인기가 되살아납니다.

30년 전 경향신문에는 TV에 밀려 방송의 사각지대를 헤매던 라디오가 잃어버렸던 지위를 회복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어떤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경향신문

1990년 3월30일자 경향신문 17면 갈무리


“오디오기기가 발달하고 오너드라이버들이 늘어감에 따라 라디오의 기능이 현대인의 생활속에 주요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TV에 밀려 방송의 사각지대를 헤매던 라디오가 출퇴근 시간대의 신속한 정보, 스테레오로 내보내는 고음질의 음악방송 등을 통해 매체의 특성을 살리고 것이다”

라디오의 인기를 부활시킨건 ‘자동차’였습니다.

8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자동차 보급률이 급증하며 이른바 ‘마이카’ 시대가 열렸습니다. 전 국민의 일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데요, 그 변화가 ‘라디오의 부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당시의 표현에 따르면 ‘손수운전자’들이 증가하며 출퇴근 시간대를 비롯해 자동차로 이동하는 시간동안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 것이죠.

라디오 수요가 다시 높아지자 방송국도 라디오의 특성을 살릴수 있는 전문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진행자를 새얼굴로 대폭 교체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합니다.

KBS는 봄철 라디오 개편을 맞아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봄철 프로그램 개편에 따라 선보일 새진행자들은 청취자들에게 전문지식은 물론, 친근감을 줄수 있도록 아나운서, 교수, 연예인, 스포츠맨 등 다양한 직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정보와 대담프로가 많은 제1라디오는 간판 아나운서들을 대거 기용했고 오락·음악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는 2라디오에는 황인용, 강부자, 허참, 임하룡, 이상미, 왕영은, 김성환, 변집섭 등 당대 최고의 인기 연예인들을 DJ석에 앉혔습니다.

‘라디오서울’(KBS에서 1980년 12월부터 1991년 3월 11일까지 방송했던 라디오 채널)에는 전문 토크 프로그램들을 신설해 교수와 소설가, 언론인, 문화예술계의 전문가 등을 진출시켰습니다.

신은경 아나운서가 ‘가정희망음악’(오전 9시)을, 시사영어학원 강사인 곽영일씨가 ‘굿모닝 팝스’(오전 6시)를, 탤런트 한진희씨가 ‘음악앨범’(오전 9시)를 맡았네요.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들의 이름도 눈에 띕니다.

라디오는 전파를 이용한 최초의 대중매체였습니다. TV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전 그 역할과 영향력은 어떤 매체보다 컸습니다.

서비스가 무료인 데다가 수신기 가격이 저렴해 듣는 사람들의 경제적 부담도 낮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라디오는 변화하는 시대적 환경에 맞추어 꾸준히 발전해왔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일방향에서 양방향으로 소통의 속도와 폭을 늘리며, ‘듣는 라디오’에서 ‘참여하는 라디오’로 변신하기도 했죠.

TV를 비롯해 인터넷과 위성방송국,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스피커까지, 새로운 기술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지만, 라디오라는 매체가 가진 친근함과 매력은 고유합니다.

언제나 청취자들 곁에 함께 하길 바랍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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