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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영국男, 증상 있는데 실내골프·공원에… 강제추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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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국에 뻥뻥 뚫리는 방역]

목포선 태국서 돌아온 20대, PC방·식당 활보하다 확진

제주여행 모녀 옹호한 강남구청장 파면 청원 사흘만에 5만건

경기도 수원이 영국인 확진자 1명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증세가 있는 상황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온갖 군데를 돌아다닌 것은 물론이고, 검체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를 해야 할 기간에도 외출해 운동 시설을 이용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수원 영통1동에 거주하는 30대 영국인 A씨는 금요일인 지난 2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엿새 전부터 기침 증상이 있었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공항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A씨는 마스크 없이 용인을 다녀왔고, 주말에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등을 타고 수원의 공원 등을 찾았고, 귀국 사흘 뒤인 23일 영통구 보건소를 찾아 선별검사를 받았다. 이후 자가 격리 생활을 해야 하지만 다음 날 오전 집 근처 스크린 골프 연습장을 찾았다. 결국 A씨는 이날 오후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입원됐다. 페이스북을 통해 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증상 발현 뒤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여러 곳을 방문했고, 검체 채취 뒤에도 자가 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외출했다"며 "시는 향후 엄중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29일 "A씨의 강제 추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는 해외 입국자가 급증하면서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자가 격리 방침을 무시하다 뒤늦게 확진받는 사례도 잇따르면서 정부나 단체장들이 강제적으로 행정 조치를 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주 해외 유입 확진 사례는 총 268건이다. 전주(94건)의 2.85배, 전전주(19건)의 14배 이상일 정도로 폭발적 증가세다. 급증세도 문제지만 일부 입국자가 자가 격리 방침을 무시하고 활보하다 뒤늦게 확진되는 사례가 잇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남 목포에서 태국 여행을 다녀온 20대 남성이 입국 뒤 보건 당국으로부터 자가 격리 통보를 받았지만, 이틀 동안 PC방·식당·카페 등을 돌아다니다 지난 28일 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목포시는 이 남성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전북도에서도 이틀 동안 해외발 확진자가 3명 발생했다. 확진자 모두 미국·영국·프랑스에 다녀온 20대 대학생이었다. 전북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귀국한 22세 대학생은 두통 증상을 보였지만 입국 당시 공항 검역대를 문제 없이 통과했고, 스스로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부산에서도 독일인 유학생이 입국 뒤 2주가 지난 2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유학생은 확진 판정 전 해운대구와 금정구 등 부산 곳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유학 중 귀국 확진자가 상당수 거주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에서는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 구청장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강남구 거주 모녀에 대한 손배소송 방침을 밝힌 다음 날인 27일 이들을 '선의의 피해자'라고 부르며 적극 변호했다가 비판 여론이 들끓자 29일 "발언이 진의와 전혀 다르게 논란이 됐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순균 구청장에 대한 파면 청원 글은 사흘 만인 29일 동의 건수가 5만1000여건에 달했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용산구에서는 외국인 거주민의 거짓 자가 격리 논란이 불거지면서 내국인들과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용산구는 지난 26일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에 한남동에 사는 40대 폴란드인의 확진 사실을 공개하면서 "같은 국적의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뒤 2주간 자가 격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공지 아래에는 '자가 격리 기간 동안 동네 곳곳을 돌아다녔다'는 반박 댓글이 여러 건 달렸다. 용산구 관계자는 "자가 격리 위반 여부를 파악 중인데 확진자가 영어와 한국어에 모두 서툴러 동선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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