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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실리콘밸리 리포트] 코로나 덮친 실리콘밸리…스타트업 데모데이 풍경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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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6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개최된 500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이 액셀러레이터의 제너럴파트너(GP)인 팀 채가 영상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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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를 상징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데모데이를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가 격리 때문에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없게 된 상황이라 액셀러레이터의

스타트업 육성 과정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은 노하우들을 바탕으로 향후 사태가 정상화하더라도 스타트업 육성과

데모데이 등이 상당 부분 온라인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 지고 있다.

지난 3월 16일과 27일 각기 한국 시간으로 새벽 1~2시께 열린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컴비네이터'와 '500스타트업'의 2020년 상반기 데모데이는 모두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Y컴비네이터는 스타트업 200곳이 투자자들 앞에서 자신을 선보이는 짧은 PT 장표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500스타트업이 4개월 동안 육성한 스타트업 25곳은 유튜브 중계를 통해 자신들 사업 내용을 발표했다.

참고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들은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을 다수 모집한 뒤 사업 노하우와 디지털 경영 기법들을 가르쳐 주면서 급속도로 성장시키는 일을 한다. 동기생(Batch)들을 함께 모집하는 이유는 서로 경쟁을 도모하면서 상호 학습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함이다(학교에서 반에 급우들이 있는 것과 같은 이유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씩 개별 회사들에 투자한 뒤 나중에 그 지분 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통해 돈을 버는 사업모델이다. 이렇게 성공한 대표적인 모델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액셀러레이터 'Y컴비네이터'.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같은 데카콘(기업 가치 100억달러 이상)들을 키워냈다. 따라서 액셀러레이터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육성 기간 동안 다른 스타트업들과 경쟁하고 지식을 공유하면서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성장의 결과를 투자자들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제값을 매겨 줄 수 있느냐다. 이 두 가지 절차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은 '만남'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특히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예 만남이 불가능해진 환경이라 이들 실리콘밸리 대표 액셀러레이터들이 어떻게 데모데이를 진행할지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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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진행된 데모데이에서 발표자들을 응원하는 채팅방. [유튜브 캡처]


Y컴비네이터는 온라인 데모데이 홈페이지를 별도로 만들어 전 세계 투자자 1200명가량만 참가할 수 있도록 입장을 제한했다. 간단하게 육성한 회사들에 대한 설명이 한 줄 정도로 요약된 내용이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한 장짜리 PT 장표를 통해 회사의 핵심적 지표들을 설명하고 있었다. 회사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들이 200개가량 스타트업을 보고 개별 연락을 하는 구조다. 일종의 경쟁입찰 같은 형태를 만든 것이다. △날씨 정보를 기업용 데이터로 변환해서 제공하는 '플로그랩스' △불필요한 미팅을 절반 이상으로 줄여주는 서비스 '케이던스' △박테리아 감염증 치료를 위해 바이러스를 활용하는 회사 '펠릭스바이오' △회사 내에 흩어진 문서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는 인공지능 솔루션 '핸들' △자동차 타이어를 자동으로 교체해 주는 로봇 솔루션 회사 '로보타이어' 등이 선을 보였다.

500스타트업은 홈페이지에 글이나 장표를 띄우는 방식보다는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25개 회사가 자사를 소개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별도 '슬랙(협업용 도구)' 채널을 만들어서 투자자들과 개별 회사들을 연결해 주고 있었다. 3월 27일 열린 500스타트업 데모데이에는 △3개월마다 신용카드 번호를 바꿔줌으로써 자동결제 우려를 없앨 수 있는 신용카드 서비스 '알로이' △쓰레기 처리를 '우버'처럼 차량 공유로 해결하는 솔루션 '트래시 워리어' △여행이 딜레이되거나 변경됐을 때 쉽게 다시 예약할 수 있는 솔루션 '플라이파일럿A' 등도 선보였다.

한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자금시장을 둘러싼 분위기는 좋지 않은 상태다. 에어비앤비 같은 우량 스타트업들이 높은 값어치를 받고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등 좋은 이벤트들이 이어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런 이벤트보다는 좋지 않은 소식들이 많이 들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24억달러(약 3조원) 기업 가치에 투자를 유치했던 공유 스쿠터 회사인 '라임'은 불과 1년여 만에 기업 가치를 80%나 떨어뜨려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역시 상장 이전에 다른 민간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밖에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직원 해고는 줄을 잇고 있다. 여행회사인 손더는 직원을 3분의 1이나 해고했고, 부동산회사인 콤퍼스는 15%, 교육회사인 원더스쿨은 75%를 해고했다.

하지만 팀 채 500스타트업 제너럴파트너(GP)는 데모데이에서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기억하세요. 좋은 스타트업은 시장이 좋을 때와 나쁠 때를 가리지 않고 탄생했습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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