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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못 살겠다 갈아보자” 60년 전 선거 구호 꺼낸 ‘여의도 차르’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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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선대위원장 취임]

소기업ㆍ자영업자 소득 보전 등 코로나19 재원 100兆 확보 제안

“朴ㆍ文대통령 탄생 일조 미안… 거절 못했다” 文정부 심판 강조

침묵 깬 유승민도 캠프 지지 방문 “수도권 후보 요청시 선거 돕겠다”
한국일보

미래통합당 김종인(가운데) 총괄선대위원장이 이진복 선대위 총괄본부장의 안내를 받으며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경제 대책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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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미래통합당 선거 지휘봉을 잡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취임 일성으로 ‘못 살겠다. 갈아보자’ 선거 구호를 꺼내 들었다. 1956년 3대 대선 때 야당인 민주당이 이승만 전 대통령 장기집권을 겨냥해 내걸었던 정권 교체 구호다. 경제전문가인 김 위원장이 무려 64년 만에 이를 다시 발굴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앞세워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이 이날 취임인사를 겸해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도 경제위기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올해 예산 512조원의 20%인 100조원 정도를 ‘코로나 비상대책 예산’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비상경제 대책은 먼저 소기업과 자영업자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을 직접, 즉시, 지속적으로 재난 상황이 끝날 때까지 보전해주는 데 맞춰야 한다”고 재원의 구체적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또 “임기 종료를 앞둔 20대 국회가 총선 직후 임시회를 열어 헌법 56, 57조가 규정하고 있는 예산 재구성을 끝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승리를 견인했고, 2016년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 총선 승리를 이끈 경험이 있다. 그는 “전 대통령과 지금 대통령이 탄생한 데 일조한 사람으로서 저는 국민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 탓에 문재인 정부 심판에 앞장서 달라는 통합당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송구한 마음 때문에 제 인생의 마지막 노력으로 나라가 가는 방향을 반드시 되돌려 놓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김 위원장 합류로 기대하는 효과도 ‘확장성’이다. 황교안 대표는 ‘경제민주화’같은 합리적 의제를 선제적으로 던져 온 김 위원장이 수도권 유권자와 중도층의 표심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삼고초려 해왔다. 또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발판을 놓은 김 위원장이 통합당에 합류했다는 것 자체로 ‘문 정부 실패’를 상징할 수 있다는 게 통합당의 판단이다.
한국일보

유승민(왼쪽) 미래통합당 의원이 29일 서울 중구 다산로에 마련된 통합당 중구성동을 지상욱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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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 등판과 맞물려 활동을 재개한 유승민 의원도 통합당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유 의원은 27일 진수희(서울 중ㆍ성동갑) 후보 캠프를 찾은 데 이어 이날 지상욱(서울 중ㆍ성동을), 김웅(서울 송파갑) 후보 캠프를 찾아 지원했다. 유 의원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수도권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후보는 원하는 방식으로 도와드리기로 결심했다”며 “나는 ‘원조친박’(친박근혜)으로 분류되는 사람이다. 계파를 따지지 않고 어떤 후보든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 영입에 대해서도 “늦었지만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대위에 합류하진 않을 예정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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