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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박종면칼럼]코로나 바이러스가 가르쳐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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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세상사 늘 반전(反轉)입니다. 지난 연말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상상이나 했습니까. 글로벌 경제가 하루아침에 붕괴될 줄 누가 예상했습니까. 지난 주말 확진자 수가 12만명을 넘어선 미국에서는 앞으로 8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그렇지만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게 없지는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세포생물을 감염시켜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역할이 반드시 파괴적이고 해로운 것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바이러스가 지구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어떤 생태계에서나 바이러스는 ‘독점 파괴자’ 역할을 함으로써 생태계의 다양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긍정적 역할도 한다는 것입니다. 지구생태계의 독점자는 단연 60억명의 인간입니다. 코로나19는 이번에 독점자 인간을 파괴함으로써 지구생태계의 다양성과 균형을 유지하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불행에 빠지는 원인 중 하나는 주위에 늘 있는 것들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매혹적인 것은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하면서 엉뚱한 갈망을 품는 것입니다.

‘헬(hell)조선’이라는 말을 아시지요.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라는 뜻입니다. 학교에서부터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취업도 결혼도 어렵고, 내 집 마련은 더더욱 힘들고, 그래서 지옥 같은 이 나라를 기회만 되면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특히 절대다수의 젊은 세대가 ‘헬조선’과 ‘탈(脫)조선’에 동의하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탈조선을 해서 가고 싶은 곳이 어딜까요.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압도적입니다.

미국으로 먼저 가볼까요. 코로나19의 핫스폿이 돼버린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지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3만개의 인공호흡기가 필요한데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것은 4000개뿐이다. 연방정부가 죽을 사람 2만6000명을 골라보라.” 미국은 의료기술 선진국이지만 상상초월의 비싼 의료비로 악명이 높습니다. 의료보험이 없는 수천만 명의 저소득층은 감염되면 병원도 가지 못한 채 죽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50만명 넘는 미국 노숙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이제 ‘파라다이스(paradise) 유럽’으로 가볼까요. 스페인의 경우 감염자 가운데 10% 이상이 의료진입니다. 마스크나 장갑 등 의사와 간호사들을 보호할 기초 의료물품조차 공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도 스페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럽에서는 사망자가 폭증한 결과 교회나 성당, 체육시설 등을 임시 영안실로 사용합니다. 이탈리아 스페인은 물론 프랑스와 영국도 공공의료 비중이 높고 안정적 의료보험체계를 갖췄지만 의료서비스 수준이 매우 낮고 병상, 의료장비, 전문인력 등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독일을 제외한 유럽의 나라들은 국가 의료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선진국이라는 유럽의 치명률이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스스로 ‘헬조선’이라고 자학하며 비아냥거리던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외신은 우리나라의 뛰어난 방역체계와 검사능력, 투명한 정보공개, 공짜에 가까운 검사비용 및 치료비 등에 감탄합니다. 거의 모든 공공장소마다 비치된 손세정제,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 같은 공동체의식도 높이 평가합니다. 총기류까지 사재기하는 자신들과 달리 마트마다 가득 찬 물건과 빠른 택배서비스 등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물론 우리도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지속적인 의료개혁이 따르지 않으면 유럽이나 미국의 길을 가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이번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어렵지만 우리 주위에 늘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지금의 고통이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내 가족이 있는 우리 집,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우리 회사, 주변 식당과 찻집, 우리 동네, 그리고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우리의 천국입니다. 당신의 천국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행여 딴 데서 찾지 마십시오.

박종면 본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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