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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위기의 면세점]①"사드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한숨 소리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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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직원, 일자리 잃을 처지…"내일이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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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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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정혜민 기자 = "사드 때도 이 정도까진 아녔는데…."

코로나19 팬데믹에 고객 발길이 끊긴 면세점은 온종일 한산했다. 연초 긴 줄이 늘어져 있던 입구에는 '단축 근무' 안내문만 붙어 있고, 발 디딜 틈 없던 매장에는 손님보다 점원이 더 많았다.

마스크를 쓴 채 굳은 얼굴을 한 면세점 직원은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코로나19 충격에 비하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때는 '약과'라는 말까지 나왔다.

◇시련의 면세점…"언제 망해도 안 이상해"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3월 호텔신라와 신세계 등 면세점 업체들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다. 특히 인천공항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까지 급감했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보복을 본격화한 지난 2017년 때보다 더 큰 충격이다. 사드로 중국의 관광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전인 2월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8억8254만달러)은 4월 5억915만달러로 33% 줄었다.

중국 관광객 대신 따이공이 면세점 업계 '큰손'으로 떠올랐고, 해외여행을 수요가 늘면서 내국인들이 매출의 빈자리를 만회한 덕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답이 안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분위기다. 사드는 한국과 중국의 국지적 문제였지만, 코로나19는 글로벌 문제로 계산이 복잡하다.

특별입국절차와 항공 노선 축소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들고, 코로나19가 안정되더라도 여행 수요가 언제 회복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 인천공항의 이용객은 평소 하루 18만~22만명 규모였으나 현재는 4000~1만명 규모로 줄었다.

주요 면세점들의 실적 악화는 사실상 기정사실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면세점의 최대 영업이익이 최대 80%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총 매출액은 1조1026억원이다. 한 달 전(2조247억원)보다는 46%, 1년 전(1조7416억원)보다는 37% 줄어든 수치다. 이용객 역시 50% 이상 줄어 충격이 현실화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매출 전환 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며 "반등의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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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면세점협회 자료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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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절감 나선 협력업체…"무조건 버티자"

면세점 매출 충격은 고스란히 협력업체들로 이어졌다. 면세점의 단축 근무와 휴점은 입점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이용자 수와 매출이 급감하며 면세점들은 무기한 휴점이나 영업시간 단축에 들어가는 추세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김포공항점 영업을 중단했고, 단축 근무에 나섰다.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주 1회 정기 휴점을 결정했다.

협력업체는 면세점이 잘되면 같이 잘되고, 장사가 어려워지면 같이 힘들어진다. 결국 협력업체는 급한 대로 직원 해고와 무급휴직에 나섰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다.

이러다 보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공항 협력업체의 어려움을 도와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인천공항 면세점 협력사에 근무 중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면세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자구책이 등장했다"며 "비용절감의 희생자는 협력업체들"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면세점) 영업시간이 줄면 판매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이 줄어들고, 물동량이 줄면 물류업체의 인력도 줄여야 한다"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면세점 협력업체들의 고용안정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 면세점 협력업체 직원도 "정규직은 어떻게든 살아남겠지만, 협력업체 직원은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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