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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5학년 ‘화상학급’ 놀이하듯 퀴즈…아이들은 20분만에 산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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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진월초 ‘온라인 학급방’ 들어가보니

교사가 ‘화상 수업’에 대해 묻자

“학교에 빨리 가고 싶어요” 질색

“그래도 얼굴 볼 수 있으니 다행”

아직은 참여 꺼리는 학생도 있어

장애 학생은 글 올려줘야

“쌍방향 수업 10명 넘으면 무리

학습지 주고 전화상담 병행 필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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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진(이하 학생 이름은 가명)이랑 연락하는 사람 있니? 쌤 대신 전화해서 여기로 좀 들어오라고 전해줄래?”

지난 27일 오전 10시 대구 진월초등학교 5학년 3반 담임 신민철 교사가 구글 ‘행아웃미트’를 이용해 만든 온라인 학급방에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신 교사는 채팅창에 차례로 뜨는 이름과 얼굴로 아이들의 입장을 확인했다.

개학이 미뤄지면서, 신 교사는 지난 18일부터 오전 10시마다 30~40분가량 ‘화상 학급’을 열고 있다. 온라인으로 기본적인 소통을 하고 간단한 학습 콘텐츠를 공유한다. 신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3반 학생 20명 가운데 이날 화상 학급방에 들어온 아이들은 모두 7명이다. 신 교사는 “아직은 정규수업은 아니어서 최대한 참여를 유도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의 이유는 다양한데, 부모님들이 스마트기기 사용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고 본인 얼굴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학생도 있다는 것이다.

신 교사가 화면에 ‘이번주에 내가 했던 일을 적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공유 문서를 띄우자, 아이들은 각자에게 배분된 칸에 “학습지 숙제를 했다” “○○학습 영상을 봤다” 등의 내용을 채워나갔다. 이어 모두가 게임처럼 참여할 수 있는 영어 단어 퀴즈와 세계 국기 퀴즈를 함께 풀기도 했다. 신 교사는 아이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러가며 참여를 유도했다.

“얘들아, 개학이 더 연기되면 계속 화상으로 만나야 할 수도 있는데, 어떨 것 같아?”라는 신 교사의 질문에, 아이들은 “이젠 집이 감옥 같아요” “학교에 빨리 가고 싶어요” 등 질색을 했다. “공부 걱정은 안되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나중에 학교 가서 배우면 되니까, 지금은 괜찮아요” 하며 웃었다. 혜미는 “그래도 이렇게 친구들이랑 쌤 얼굴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인 5학년 학생들인데도 화상 학급이 시작된 지 20분도 채 안 되어서 아이들의 주의가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신 교사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주의를 환기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원래도 목소리가 컸던 진철이는 마이크를 잠깐 꺼둬야 하는 일도 생겼다. 장애가 있는 준식이는 반응이 유독 느려, 신 교사는 틈틈이 준식이의 상황을 묻고 대신 글을 써줘야 했다. 이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신 교사는 전했다. 정부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뿐 아니라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 다양한 방식의 원격수업에 문을 열어뒀지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주로 권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학습 플랫폼 ‘학교가자닷컴’을 기획하는 등 신 교사는 굳이 분류하자면 정보통신 활용 능력이 뛰어난 교사인 편이다. 그런 그조차도 “쌍방향 수업은 최대 10명 정도를 대상으로 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그 이상은 무리가 많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별 스마트기기 보유 여부, 학습을 도와주는 보호자가 있는지 여부, 원격수업을 진행할 교사의 역량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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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원격수업이 도입되는 상황에 대비한 준비가 시급하다고 신 교사는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 온라인 수업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정보통신 관련 접근성과 역량이 부족한 교사와 학생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상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도입하는 비상 수단이라는 점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이로 된 학습지를 각 가정에 전달하고, 전화를 통해 학습과 상담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일선 학교와 학급별 상황에 맞게 다양한 보완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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