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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檢 "네이버, 기업집단도 아니었는데… 고의누락 혐의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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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5조원 넘는 기업과 미만인 기업은 다르게 봐야"
앞서 카카오는 이미 기업집단 기준 넘은 상태여서 기소
왔다갔다 하는 공정위 … 기업들 "잣대 명확했으면"

조선비즈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지난해 6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 대담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네이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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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열사 허위 신고 혐의를 받던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검찰은 네이버가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아닌 상황에서 자료를 빠트렸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집단 기준인 자산총액 5조원에 못 미치는 기업한테까지 5조원이 넘는 기업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23일 이해진 GIO에 대해 "지정 자료 허위 제출에 대한 이 GIO나 실무자들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정 전 허위자료 제출 행위도 엄정히 제재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한 사례"라고 평가했었다. 하지만 반대로 검찰은 기업집단이 아닌 상황에서 계열사를 미신고했기 때문에 고의로 누락했다고 보는 건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재계에서는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과 관련해 공정위의 일관성 없는 기준이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조선비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검찰은 △공정위도 (신고)당시 내부적으로 네이버의 계열관계가 해소 됐다고 결론 내려 기업집단 지정 가능성이 낮았고 △빠트린 계열사들의 자산총액을 합쳐도 지정기준에 한참 못 미쳐 (고의로) 누락할 실익이 없다는 점 △허위 자료 제출로 네이버가 입게 될 불이익이 상당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이 GIO에게 허위 자료 제출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네이버가 2015년 3월 이 GIO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컨설팅 회사 ‘지음’과 이 GIO의 4촌이 운영하는 외식업체 ‘화음’ 등 총 20개 기업을 제외한 채 공정위에 보고하면서 불거졌다. 공정위는 자산 5조원 이상인 기업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하기 위해 각 기업의 동일인에게 계열사, 친족, 주주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공정위 자료요청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불법성이 인정되려면 단순히 자료를 누락한 정도에 그쳐선 안 되고, 공정위를 속이려는 목적을 갖고 일부러 감추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공정위는 신고 누락 기업 중 이 GIO가 직접 갖고 있는 회사가 포함됐기 때문에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반면 네이버는 2015년 NHN엔터테인먼트와의 계열 분리로 총 자산이 3조4000억원으로 줄었기 때문에 고의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누락된 계열사 자산(2320억원)을 더해도 자산 5조원이 안 돼 숨길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한 달 동안 수사를 벌인 끝에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또 앞서 기소했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건과 이해진 GIO 사건은 결이 다르다고 봤다. 카카오는 문제가 된 2016년 당시 이미 자산총액 5조원을 넘긴 상태에서 계열사 5곳을 빠트린 채 공정위에 신고해 검찰이 허위신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었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보통 자산 기준 5조원을 넘어야 해당 기업이나 공정위가 계열사 신고를 꼼꼼하게 살핀다"며 "기업집단 기준에 한참 못 미치면 서로 관심을 안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부족한 점이 있으면 공정위 담당자가 알려줘야 하는데, 당시 담당자가 신경을 안 썼을 게 뻔하다"며 "검찰 고발까지 간 이번 네이버 사건이 특이한 경우"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아니면 말고’식으로 기업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집단과 관련해 공정위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 같다"며 "기업집단 지정을 심사한다며 공정위 요구에 자료를 낸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어떤 기업은 우리보다 자산도 많으면서 심사를 받지 않았다. 기준이 제대로 서야 형평성 논란이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홍다영 기자 (bee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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