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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해외 전문가 진단] 브레머. “G0시대 화상 정상회담엔 알맹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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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대표

글로벌 리더십 부재인 ‘G0시대’에 코로나 글로벌 위기가 엄습했다.

트럼프, 시진핑 등은 자국 중심 대응에 골몰해 지지율 끌어올린다.

남미와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집단 발병 사태가 일어난다.

신흥국 가난해 선진국이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사태해결 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는 글로벌 위기인데 글로벌 공조가 없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대표는 글로벌 리더십 부재를 상징하는 ‘G0 시대’란 말을 만들었다. 이런 그의 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즘 움직임과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의 화상회의가 어떻게 비쳤을지 궁금해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중앙일보

이언 브레머는 글로벌 리더십이 실종된 요즘을 'G0시대'라고 했다.



Q : 좋지 않은 일은 혼자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A : “그런 것 같다. 트럼프 등 글로벌 리더들이 자국 정치에 몰입하고 있는 시대를 뜻하는 G0 시대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런 시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 글로벌 차원의 위기다.”



글로벌 리더십 부재가 자국 우선 대응을 부채질한다



Q : 글로벌 차원의 위기는 무슨 뜻인가.

A : “코로나 19가 세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과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있다. 거의 모든 사람의 생계활동과 여행을 막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차원이 다르다.”

Q : 2008년 위기도 글로벌 위기라고 불린다.

A : “그렇게 불리기는 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세계 경제 전체가 흔들리지는 않았다. 금융시장 등 글로벌 경제의 일부가 흔들렸을 뿐이다. 그때는 사람들이 집에 갇혀있지는 않았다.” 브레머는 정치학자다. 그는 경제 전문가들과 시각이 다를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2008년 세계 주요 자산시장이 흔들렸기 때문에 글로벌 위기라고 부른다.

Q : 그래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나라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A : “G0 시대 각국 리더는 자국민의 목소리나 불만에 더욱 민감하다. 실제 요즘 리더들이 자국민의 이익이나 리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Q : 돈을 풀고 과감한 재정정책을 내놓고 있지 않은가.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대응이 거의 비슷하다. 공조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A : “눈이 아프면 안과의사를 찾아가면 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몸 전체를 위협하는 암을 앓고 있다고 해야 한다. 포괄적인 접근과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는 코로나 사태 더 나빠지면 중국 때리기에 나선다



Q : 최근 G20 정상들이 화상회의를 했다.

A : “성명을 찬찬히 읽어봤다. 구체적인 내용이 거의 없었다. 공동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인 듯했다. 주요 리더들이 실제론 공조와는 거리가 먼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

브레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태가 더 나빠지면 중국 때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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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무슨 뜻인가.

A : “요즘 미-중 사이에는 코로나19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놓고 입씨름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코로나19를 의도적으로 ‘우한 바이러스’로 부르고 있다. 중국에서 온 바이러스라고 하면 자신의 지지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Q : 코로나 사태가 더 악화하면 트럼프와 시진핑(習近平)이 손잡지 않을까.

A : “그렇게 되길 바란다. 두 사람이 온라인 대화에서 협력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일단 시진핑과 정면 대결을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나 사망자가 급증하면 트럼프 태도가 바뀔 수 있다.”

Q : 어떻게 말인가.

A : “트럼프가 미국내에서 위기에 몰리면 불만을 외부에 돌리기 위해 다시 중국과 대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사태가 현실이 될까 걱정스럽다.”



날씨 더워지면 코로나 사태가 남미 등으로 번질 수 있다



Q : 공조 부재의 결과는 무엇일까.

A : “먼저 현재 대응 방식을 살펴봐야 한다. 각국 리더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국경을 먼저 봉쇄한다. 자국 중심의 대응이다.”

Q : 어쩔 수 없지 않은가.

A : “단기적으로 보면 그렇다. 산업화한 나라는 자국 중심의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 코로나19가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으로 번질 수 있다. 북반구가 따뜻해지면 남반구는 추워진다. 주요 나라 리더들이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

Q : 또 다른 복병은 없을까.

A : “미국이 2조 달러(약 2400조원)가 넘는 경기부양을 시작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는 경기부양이다. 산업화한 나라들은 자국민을 돌볼 여력이 있다. 하지만 신흥국이 문제다.”

Q : 신흥국들도 자체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지 않을까.

A : “그렇지 않다. 인도를 예로 들면 공업화가 이뤄진 곳은 그나마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펀자브 지역 등 가난한 곳에 사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이런 신흥국을 돕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Q : 어떤 경제적 공조가 가능할까.

A : “저금리 시대 신흥국들의 외채가 급증했다. 금리 등의 조건을 완화해주는 공조도 가능하다. 또 신흥국이 구제금융에 필요한 외화자금을 IMF 등을 통해 신속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이언 브레머
정치경제 리스크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 (Eurasia Group) 대표다. 미국 튤레인대학을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단 25세 스탠퍼드대학 후버연구소 교수가 됐다. 그가 글로벌 금융회사인 도이치방크와 손잡고 개발한 국제정치리스크인덱스 (DESIX)는 월가가 중시하는 위험 지수 가운데 하나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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