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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오후 한 詩] 라일락 와인/제프 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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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축축한 밤에 넋을 놓았네

그 신비로운 불빛에 내 몸을 던져 넣었네

묘한 쾌감에 최면이라도 걸린 듯

라일락 나무 아래서

라일락 와인을 만들면서

내 마음도 쓸어 넣었네

무엇이 보고 싶고 되고 싶은지 깨달았네

많은 상념에 사로잡힐 때

난 해선 안 될 일들을 하곤 하네

주량을 훨씬 넘긴 채

와인을 들이키고 있네, 술에 취하면

당신에게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라일락 와인은 달콤하고

나를 흥분시키네, 내 사랑처럼

내 말을 들어 봐요

내 눈은 흐려지고 있어요

여기 곁으로 오는 사람이 그녀인가요

라일락 와인은 달콤하고 나를 흥분시켜요

내 사랑은 어디 있나요

라일락 와인은 나를 불안하게 해요

내 사랑은 어디 있나요

왜 모든 것이 희미해져 가는 거죠

그녀가 아닌가요, 아니면

내가 미쳐 가고 있는 걸까요

라일락 와인, 아직 난

내 사랑을 위한 준비를 못 하고 있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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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라일락이 필 것이다. 라일락이 피면 다시 슬퍼질 것이다. 첫사랑 때문이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첫사랑 말이다. 아니, 내게도 첫사랑이 진짜 있었는지 이제는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어렴풋이나마 그런 시절이 있던 것만 같다. 달콤하고 한편으론 불안하던, 그래서 더없이 아름답던 시절.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내게 정말 그런 젊은 날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라일락 와인'처럼 말이다. '라일락 와인(Lilac Wine)'은 제프 버클리(Jeff Buckley)가 쓰지는 않았다. 그는 다만 이 노래를 다시 불렀을 뿐이다. 그리고 몇 년 뒤 젊은 나이에 투신자살했고 필멸을 건너 불멸이 되었다. 참고로 적자면 위에 옮긴 번역은 장석원 시인이 다듬은 것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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