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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넓은 동간격·풍부한 녹지…좀 낡아도 건폐율 낮은 아파트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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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서 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건폐율 낮은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에 비해 건폐율이 낮은 단지는 동 간 간격이 넓고 그만큼 녹지·휴식 공간이 풍부하다. 분양시장에서도 예비 청약자들이 건폐율을 꼼꼼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은 ‘새 아파트’였다. 만성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서울에서 새 아파트는 언제나 ‘귀하신 몸’ 대접을 받았다.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준공 10년이 넘은 아파트가 건폐율이 낮아 주거환경이 쾌적하다는 이유로 인근 새 아파트 못지않게 시세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닭장 아파트’에서 벗어나 쾌적한 환경에서 거주하고 싶은 욕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경이코노미

서울시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는 낮은 건폐율에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하며 10년 넘게 지역 랜드마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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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폐율이란

▷낮을수록 동 간 간격 넓어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2009년 준공한 단지로 10년 이상 반포동 랜드마크 단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는 신기한 점이 있다. 준공한 지 10년 넘은 단지로 신축 아파트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한강 조망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10년 이상 서울 최고 부촌이라는 반포동에서 ‘랜드마크’ 지위를 놓지 않고 있다. 반포동에서 가장 가격이 비싸다고 하는 ‘아크로리버파크’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코로나19와 12·16 대책 영향으로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2주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모두 하락했다. 민간 조사에서 강남 4구 전체가 하락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에 처음이다.

반포동도 예외는 아니다. 아크로리버파크는 12·16 대책 이후 단 한 차례도 거래되지 않았다. 그만큼 매수자와 매도자가 생각하는 가격 격차가 컸다.

반면 래미안퍼스티지는 1월부터 3월까지 총 4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3월 초에도 전용 59㎡ 물건이 23억원에 거래됐다. 사실상 3.3㎡당 1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이다. 강남권 아파트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을 맞이했지만 래미안퍼스티지는 그 위용을 잃지 않은 셈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낮은 건폐율이 하나의 비결로 꼽힌다.

건폐율이란 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 비율을 말한다. 건폐율이 낮을수록 전체 대지면적에서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진다. 이를테면 건폐율이 20%인 단지가 있다면 이 단지에는 전체 대지면적의 20%만 건물이 들어서고 나머지 80%는 트인 공간이다. 이렇게 남는 공간은 주로 녹지나 운동시설, 놀이터, 부대시설 등으로 채워진다. 건폐율이 낮은 단지는 동 간 거리가 멀고 조경과 녹지 조성이 용이하며 조망권과 일조권 확보에도 유리하다.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르면 통상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 건폐율 한계는 50%다. 하지만 50% 기준을 채우면 건물이 워낙 빼곡하게 들어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신축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건폐율을 20~30%로 조정해 짓는다.

래미안퍼스티지 건폐율은 불과 12%. 서울에서 1000가구 이상 되는 대단지 아파트 중 최저 수준이다. 아크로리버파크 건폐율이 19%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가 쉽다.

래미안퍼스티지는 전체 대지 중 건물 비중을 줄인 대신 녹지 비율을 늘렸다. 단지 안쪽은 고즈넉한 숲길이나 공원을 걷는 느낌이다. 아파트 중앙에 있는 연못은 이 단지 상징이다. 호수공원에 들른 것처럼 주변 카페에서 정취를 즐길 수 있다.

동 간 간격이 넓다 보니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단지는 하나의 성과 같은 느낌을 준다. 준공 11년째 아파트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이다.

▶건폐율 낮은 단지 어디?

▷2010년 이전 지은 단지 많아

지방에는 건폐율이 낮은 단지가 여럿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신축일수록 건폐율이 높은 단지가 많다. 땅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층수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건폐율과 연관돼 있다. 층수를 50층으로 올려도 일반분양 물량은 늘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용적률 내에서 층수를 높인다면 건폐율을 낮춰 단지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한남3구역은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다. 하지만 앞으로 준공을 마쳐도 ‘한남더힐’과 같은 랜드마크가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시선이 있다. 건폐율이 42%나 되기 때문에 주거환경이 쾌적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그럼 현재 서울에서 건폐율이 낮은 단지는 어디일까. 대체로 강남권 단지는 건폐율이 20%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강남권에서 건폐율이 가장 낮은 단지는 삼성동 아이파크다. 건폐율은 불과 9%에 불과하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2004년 준공했다. 무려 16년 된 아파트지만 여전히 삼성동 랜드마크 중 하나로 꼽힌다. 반포동과 잠원동 일대에는 래미안퍼스티지(12%)를 필두로 반포자이(13%), 잠원동 아크로리버뷰(15%) 등이 건폐율이 낮은 편이다. 올해 4월 준공 예정인 신반포센트럴자이(16%)가 신축임을 감안하면 건폐율이 낮다.

반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반포동이나 잠원동은 고급 단지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분양을 조금 줄여서라도 건폐율을 낮게 유지하려는 곳이 많다”며 “신축 단지 역시 대부분 건폐율이 20% 미만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한다.

잠실에도 건폐율 낮은 단지가 있다. 엘스(잠실주공1단지)와 리센츠(잠실주공2단지), 트리지움(잠실주공3단지), 레이크팰리스(잠실주공4단지), 파크리오(잠실시영) 등이다. 엘스 건폐율은 16%, 리센츠는 15%, 트리지움과 레이크팰리스, 파크리오 등은 14%다. 반면 항상 이들 단지와 비교되는 헬리오시티 건폐율은 19%로 다소 높다.

5개 단지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2006~2008년 분양해 준공한 지 10~15년 된 단지다. 그럼에도 여전히 송파구 랜드마크 단지로 꼽힌다. 시세 역시 헬리오시티와 비슷하거나 좀 더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5개 단지 입지가 헬리오시티보다 낫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헬리오시티보다 건폐율이 낮아 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췄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강북권에 위치한 아파트는 대체로 건폐율이 높은 편이다. 이 중 건폐율 낮은 단지는 바로 마포구 현석동에 위치한 래미안웰스트림이다. 2016년 준공한 이 단지는 한강 조망이 가능하면서도 건폐율은 17%로 인근 다른 단지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래미안웰스트림은 한강변에 위치해 다른 신축 아파트 단지와 비교하면 지하철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6호선 광흥창역까지 도보로 10분 이상 소요된다. 단지 규모 역시 총 773가구로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한강뷰가 가능하고 건폐율이 낮다는 이점 때문에 다른 마포구 랜드마크 단지와 비슷할 정도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마포구 새 아파트는 대부분 건폐율이 20% 이상이다. 마포구 랜드마크 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건폐율이 20%로 그나마 건폐율이 낮은 축에 속한다.

마포구에서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쌍두마차를 이루는 신촌그랑자이 건폐율은 22%다.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23%)나 e편한세상신촌(25%) 역시 모두 20% 이상이다.

물론 건폐율이 낮다고 무조건 가격 방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집을 구매할 때 쾌적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건폐율은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건폐율이 높은 단지를 실제로 가보면 아파트 동 간 거리가 너무 좁아 주거 쾌적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웰빙 트렌드와 함께 주거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폐율이 낮은 쾌적한 아파트 인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1호 (2020.03.25~2020.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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