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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15년 형 무겁다”…동생 살해한 로또 1등 당첨자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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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금으로 차린 식당 안되자 남동생 집 담보로 대출

빚 못 갚아 동생과 다투다 ‘양아치’란 말 듣고 범행

1심 재판부 "엄중한 처벌 필요" 징역 15년 선고

로또 1등에 당첨됐지만 사업 실패로 빚 독촉에 시달리다 남동생을 살해한 50대 남성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냈다.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9)씨는 지난 27일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이 너무 무겁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A씨는 1심 재판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과거 피해자인 동생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준 점, 피해자의 어머니 등이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양형에 반영하지 않고 검찰의 구형량과 같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 부착도 명령했다.

조선일보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4시9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전통시장에서 B(당시 49세·빨간 원)씨가 흉기에 찔려 쓰러져 있다. B씨의 아내는 사건 발생 직후 달려와 남편의 상처 부위를 막고 지혈을 시도했다. B씨는 이날 친형 A(59)씨에게 살해됐다./인근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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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4시 9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친동생 B(당시 49세)씨의 목과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가 친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장면을 지켜본 B씨의 처와 자녀가 아직도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며 “자신이 운영하던 정읍 정육점에서 쓰던 칼을 가지고 35㎞를 운전해 전주까지 온 점에 비춰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형제의 비극은 지난 2007년 A씨가 로또 복권을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로또 1등에 당첨된 A씨는 세금을 떼고 12억원가량을 손에 쥐자 1억5000만원을 B씨에게 줬다. 다른 형제 2명에게도 각각 1억5000만원을 줬다. A씨는 나머지 당첨금 중 일부를 투자해 정읍에 정육식당을 열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장사가 되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수억원을 빌려줬다 떼이기도 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A씨는 결국 동생 B씨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700만원을 대출받았다. 원금과 이자를 A씨가 갚기로 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A씨의 경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범행 전 몇 달간 매월 대출 이자 25만원도 내지 못했다.

은행의 빚 독촉이 이어지자 B씨는 A씨와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 사건 당일 오전에도 두 사람은 채무 변제를 두고 전화로 심하게 언쟁을 벌였다. B씨는 A씨에게 ‘양아치’라는 욕설까지 했다. 이에 격분한 A씨는 정읍에서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고 동생 가게가 있는 전주에 가서 범행을 저질렀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6%였다. 당시 B씨의 아내는 남편이 흉기에 찔려 쓰러지자 달려와 상처 부위를 막고 지혈을 시도했다. 초등학교 1학년 둘째 딸도 사건 현장에 있었다.

[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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